Composed by 혼씨
Produced & Arranged by 혼씨
Instruments played by 혼씨
Mixed & Mastered by 혼씨
어느 날, H는 슬프지 않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는 어느 미술관에 서 있었는데, 벽에 걸린 액자들을 살펴보던 그는 걸려 있는 것들이 자신의 작별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슬프고 아름다운 것, 슬프지 않으며 아름다운 것, 슬프며 아름답지 않은 것, 슬프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은 것들을 관람한 그는 출구를 나서기 전에 허름한 책 한 권을 마주쳤다. 방명록인지 일기장인지 모를 그것에 그는 무언가를 적어야만 했다.
사랑은 멀어진 지가 오래고, 미안하단 말은 불편하고, 고맙다는 말은 그다지 진심이 아닌 것 같아서, 그는 그저 편안함에 도착하길 바란다는 마음만 남기려 하였다. 좋은 단어를 고르려 머릿속 사전을 뒤지던 그는 곧 그것이 쓸모없는 일임을 깨닫고, ‘편안’과 같은 뜻을 가진 두 글자 낱말을 적은 뒤 꿈으로부터 걸어 나왔다.
[안녕]
2. Soaked
Lyrics by 혼씨
Composed by 혼씨
Produced & Arranged by 혼씨, 진동욱
Instruments played by 혼씨, 진동욱
Recorded by 진동욱
Mixed & Mastered by 혼씨
“비를 맞는 게 그렇게 무서워?”
“응. 나는 비가 정말 무서워.”
“비가 무서운 거야, 아니면 비를 맞는 것이 무서운 거야?”
“음… 나는 비가 정말 무서워.”
“몸이 젖는 것이 싫은 거야?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
“젖는 것은 찝찝해. 하지만 찝찝한 것은 무서운 게 아니야.”
“그렇다면 비가 왜 무서운 거야?”
“비는 불규칙적이야.”
“세상에는 불규칙적인 것들이 많아.”
“그치만 우박은 태어나서 본 적도 없고, 눈은 천천히 떨어지잖아. 나는 비가 정말이지 무서워.”
“그렇구나. 그래, 우산을 꼭 쥐고 있으렴. 그런데 있잖아, 너 지금 꽤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인 거 알고 있어?”
S는 수영장 물에 몸을 반쯤 담근 채 우산을 들고 있는 D에게 말했다.
3. 사랑타령
Lyrics by 혼씨
Composed by 혼씨
Produced & Arranged by 혼씨, 진동욱
Instruments played by 혼씨, 진동욱
Recorded by 진동욱
Mixed by 진동욱
Mastered by 최효영 @SUONO Mastering
P가 T에게 볼 수도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사랑이 대체 어디 있느냐고 물었던 날, T는 문을 박차고 나와 사랑을 찾아 쏘다니기 시작했다.
사랑은 영화관에도, 카페에도, 레스토랑에도, 서점에도, 편의점에도, 호텔에도, 주유소에도, 마트에도, 은행에도, 미용실에도, 약국에도, 해수욕장에도, 강의실에도, 76층에도, 횡단보도에도, 지하 4층에도, 전망대에도, 신발장에도, 지붕에도, 광장에도 없었다.
하루 종일 거의 모든 것의 세상을 들쑤시고 다닌 그는 기진한 채로 돌아와 문 앞에 섰다. 애인에게 면목이 없는 그는 한 차례 한숨을 내쉰 채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곳에 그것은 있었다.
4. 판다
Lyrics by 혼씨
Composed by 혼씨
Produced & Arranged by 혼씨
Bass by 설영인
Guitar by Harry Pyo
All the other instruments played by 혼씨
Recorded by 혼씨
Mixed & Mastered by 혼씨
어젯밤에 우리 아빠가 다정하신 모습으로 한 손에 판다 인형을 사 가지고 오셨어요. 배꼽을 누르니 ‘아이 러브 유-’가 아닌 ‘두 유 러브 미-’가 나와서 ‘아이러브유-’는 저의 몫이 되었습니다. 아-! 저의 판다가 저에게 ‘아이러브유-’를 선물해 준 거예요. 오늘도 저는 침대에 눕기 전에 판다의 배꼽을 꾹 누르고, ‘아이러브유-’를 말해 주고, 판다를 꼭 안아 줄 거예요. 제가 좋은 꿈을 꾼다면 그건 아무래도 모두 판다 덕분일 거예요.
5. 입국거부
Lyrics by 혼씨
Composed by 혼씨
Produced & Arranged by 혼씨, 진동욱
Bass by 설영인
Drum by 이현석
All the other instruments played by 혼씨, 진동욱
Recorded by 혼씨
Mixed & Mastered by 혼씨
Y군은 J군에게 왜 울고 있느냐고 물었다. J군은 D국에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에 날아가려 했으나, 입국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울고 있었다고 답했다. D국에 가본 적도 없는 J군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하지 못하는 Y에게 J군은 말했다.
“언젠가 꼭 걸어보고 싶었던 숲이 그곳에 있었어.”
TV 화면에는 번져가는 불길이 재생되고 있었다.
6. 헌옷수거함
Lyrics by 혼씨
Composed by 혼씨
Produced & Arranged by 혼씨
Acoustic guitar by 박나경
Electric guitar by Harry Pyo
All the other instruments played by 혼씨
Recorded by 혼씨
Mixed & Mastered by 혼씨
C양은 스웨터를 환불하러 갔다가 나오는 길에 되려 비싼 스웨터 한 벌을 사고 말았다. 그리고 그 스웨터를 입고 나간 어느 모임에서 그녀는 다음과 같은 판결문을 들었다.
“그 옷은 별로 너한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그다음 날부터 그녀는 소매를 수선하고, 보풀을 밀고, 세제를 들이붓고, 땜빵을 메웠지만, 판결을 뒤집기에는 버거워 보였다. 그녀는 수선을 맡기러 옷가게에 들렀고, 나오는 길에 새로운 스웨터를 한 벌 입어보았다.
C양은 실패를 인정하기로 했다.
7. 재와 갈피와 편지
Lyrics by 혼씨
Composed by 혼씨
Produced & Arranged by 혼씨, 진동욱
Bass by 설영인
Drum by 이현석
Guitar by 박나경
All the other instruments played by 혼씨, 진동욱
Recorded by 혼씨, 진동욱
Mixed & Mastered by 혼씨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정류장이 있습니다. ‘도착할 정류장’과 ‘도착할 수도 있는 정류장’. 이 중, ‘도착할 수도 있는 정류장’으로의 티켓을 끊은 슬픈 사람들은 가끔 슬프지 않은 꿈을 꿉니다. 기차가 내달릴수록 ‘도착할 정류장’은 멀어져만 가는데, 그 사실이 ‘도착할 수 있는 정류장’과 가까워진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아서, 무언가를 자주 미워하기도 합니다.
어둠이 내리면 촛불이 켜지듯,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듯, 이 길을 달리면 그 정류장에 발을 디딜 수 있을지, 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오늘도 슬프지 않은 꿈을 꾸기만을 바랍니다.
8. 그럴 필요까지는
Lyrics by 혼씨
Composed by 혼씨
Produced & Arranged by 혼씨
Bass by 설영인
Guitar by 박나경
Instruments played by 혼씨
Recorded by 혼씨
Mixed & Mastered by 혼씨
서울의 어느 놀이터, 시소에 홀로 앉아 울고 있는 남자 L을 인터뷰하였다. 10분 전까지만 해도 그는 그의 애인, 엄밀히 말하자면 그의 전 애인과 함께 이 시소에 앉아 있었다고 했다. 그는 건너편에 앉은 그녀를 위해서 열심히 발을 구르며 그녀를 하늘로 띄워주었다고 말했다. 애인이 홀연히 도망쳐버린 뒤 홀로 남은 그는 인중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무서우면 무섭다고 말을 하지…“
9. カプセル
Lyrics by 혼씨
Composed by 혼씨
Produced & Arranged by 혼씨, 진동욱
Guitar by 박나경
All other instruments played by 진동욱
Recorded by 혼씨
Mixed & Mastered by 혼씨
Special thanks to 김지민
분명히 여기 어디였는데- 라는 말을 읊조리던 남자의 오른손에는 모종삽이 들려 있었다. 2010년, 10년 뒤에 묻어 놓은 것을 다시 찾으러 오자는 약속을 기억한 그는 오지 않는 상대를 미워하며 간헐적인 삽질을 이어갔다. 날이 저물고 그는 삽을 내팽개친 채 집으로 돌아갔다. 2020년 여름의 일이었다.
어떻게 이걸 까먹을 수 있어- 라는 말을 읖조리던 여자의 왼손에는 묻어놓았던 캡슐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밤이 어두워질 때까지 그를 기다렸지만, 그는 끝내 오지 않았다. 2019년 여름의 일이었다.
10. 작별일지
Lyrics by 혼씨
Composed by 혼씨
Produced & Arranged by 혼씨, 진동욱
Drum by 이현석
All the other instruments played by 혼씨, 진동욱
Recorded by 혼씨
Mixed & Mastered by 혼씨
초록이 명랑한 어느 수요일 오후였다. 어느 소란스러운 카페에서, G는 H와 헤어졌다. H가 자리에서 일어난 뒤, G는 십 분 정도를 더 앉아 있다가 일어났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그는 집 앞 슈퍼에 들러 저녁으로 먹을 파스타의 재료를 구매했다. 그리고 잠깐의 고민 뒤에 스테이크 한 덩이와 와인도 장바구니에 넣고서, 조금의 설렘을 느꼈다. 그리고 스스로를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G는 식탁에 앉아서 저녁을 먹었다. 파스타는 맛이 좋았다. 스테이크도 맛이 좋았다. 와인마저 맛이 좋았다. G는 H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H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스스로를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11. 필리버스터
Lyrics by 혼씨
Composed by 혼씨
Produced & Arranged by 혼씨
Instruments played by 혼씨
Recorded by 진동욱
Mixed & Mastered by 혼씨
손자가 집으로 온다는 소식에 그녀는 불쑥 걱정부터 들었다. 부모랑 떨어져서 온다고 하면 떨어지기 싫어서 난리가 날 것이 뻔한 일인데, 어떻게 달래야 하나 하는 걱정으로 오후를 보냈다.
골목길에 차가 들어서고, 차 문이 열린 뒤 그녀의 세 살배기 손자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 아이는 곧장 골목길을 달려 그녀의 품에 벌컥 안겼다.
2002년, 제주.
12. Complete (demo)
Lyrics by 혼씨
Composed by 혼씨
Produced & Arranged by 혼씨
Instruments played by 혼씨
Recorded by 진동욱
Mixed & Mastered by 혼씨
M은 걸을 수 있었지만 볼 수 없었다.
W는 볼 수 있었지만 걸을 수 없었다.
M은 W를 업었다.
W는 M를 인도했다.
M은 볼 수 있었다.
W는 걸을 수 있었다.
MV [재와 갈피와 편지]
PRODUCTION | forest seesaw town
DIRECTOR | cloudkreme
A.D | 부희진
D.O.P | 택하다
MAKE UP | 부희진
DI & EDIT | cloudkre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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