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울림 50주년 프로젝트 일환… 촉촉하고 몽환적인 ‘조선 팝’ 발라드로
- 서도의 보컬이 빚은 달콤한 독배… 산울림 대표 발라드의 재탄생
1981년 산울림 7집은 복귀작이자 쾌작이었다. 3집 발매 이후 군에 입대했다 돌아온 김창훈, 김창익이 다시 합류한 것. 3형제의 재결합은 가히 전율의 첫 트랙 ‘가지마오’부터 호기롭게 십자포화를 뿜으며 다시 한번 대한민국 록의 산을 울렸다. 이어진 2번 트랙 ‘먼 나라 이야기’가 논하는 생과 사의 음울한 사이키델릭 록까지만 들어도 이미 명작의 향취는 차고 넘쳤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3번 트랙 ‘독백’이 천연덕스레 내려놓는 포크 록 발라드의 순정한 매력은 새 물감을 풀며 병풍 같은 팔레트를 한 겹 더 펼쳐낸다. 같은 앨범에 실린 ‘청춘’, 8집의 ‘회상’, 10집에 담은 ‘너의 의미’ 등과 함께 산울림 발라드 고전의 대열에 당당히 오른 곡이 ‘독백’이다.
일견 동요처럼 순박하게 들리기까지 하는 이 곡, ‘독백’의 빛은 왜 쉽사리 바래지 않는가. 장조와 단조를 오가며 스토리에 양달과 응달을 빚어내는 구조는 ‘너의 의미’와 닮았고, 가시나무로도 흉내 낼 수 없는 덤덤함의 첨탑을 축조한 애이불비는 ‘회상’과 닿아 있다. ‘밤 하늘 바라보았소 (중략) 달도 밝은데’의 관조를 ‘오늘은 그 어느 누가 태어나고/어느 누가 잠들었소’의 철학적 고뇌와 병치한, 쉽지만 간단치 않은 우리말 가사. 마치 김소월, 윤동주의 서정시처럼 맑고 차디차게 현대인의 정서를 꿰어낸다.
조선 팝의 창시자를 자칭하는 서도밴드가 리메이크한 ‘독백’은 담백한 원곡에 현대적 당의를 추가했다. 일단 템포는 늦춰 여유를 부리되 조성(調性)은 장3도 올려 텐션을 은근히 높였다. 통기타와 피아노의 해맑은 음향, F#의 으뜸음을 고집하며 울리는 베이스는 조도를 높이고 공간을 확장하며 나아간다. 서도의 특유한 보컬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국악의 시김새와 양악의 비브라토 사이에서 본인만의 정서적 장력을 체득해 낸 그는 이 곡에서 거의 ‘쿨한 신파’의 실타래를 난 치듯 악보 위로 풀어낸다.
‘독백’에서 서도밴드의 미덕은 원곡을 과하게 업데이트하지 않는 절제에도 있다. 21세기적 접근법은 버렸다. 흡사 1980년대 말이나 90년대 초의 한국 발라드, 이를테면 김창완이 제작했던 그룹 동물원의 초기 곡들을 연상시키는 다정한 소프트 록의 온도를 지향한다. 후반부, 메인보컬을 베옷처럼 감싸는 서도의 코러스와 구음은 부연 입체를 만들고 어쿠스틱 기타, 오르간의 격려와 맞물리면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온수의 결말로 이 쉽지 않은 리메이크 비행체를 연착륙시킨다.
독백이란 본디 말의 유령이다. 언어의 목적이 소통이라면 독백은 노이즈다. 그저 먼지다. 그래도 인간은 독백을 한다. 독백이 노래를 만나면 애처로운 방백이 된다. 길을 잃은 고백이 된다. 스피커를 빠져나와 어느 공간에든 떠돌며 영롱한 먼지가 돼 빛을 반사한다. 시대의 가객이 만든 기막힌 독백을 우리는 또 하나 가지게 됐다. 오늘 밤, 지독하게 단 독배를 한 잔 따라 놓고 볼륨을 높여 본다.
(서도밴드 ‘독백’ 리메이크는 산울림의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성사됐다. 산울림은 역사적인 50주년을 맞는 2027년까지 밴드와 멤버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 50곡을 후배 뮤지션과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도밴드 이후에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가 총출동하는 산울림의 대장정은 이어진다.)
임희윤 음악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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