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과 재구성, 그리고 현재진행형의 록 정신”
더더의 10집 『THE MAST』는 “록 밴드의 생명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처럼 들린다.
오랜 시간 쌓여온 경험과 감정의 단면들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내며,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각 곡은 시기의 차이를 넘어 한결같은 진심을 품고 있고, 새로운 사운드 디자인을 통해 지금의 더더를 증명한다.
이현영(보컬), 김영준(기타 · 프로듀서), 정명성(베이스), 노윤영(드럼) 체제의 탄탄한 밴드 조직력은 이번 앨범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오프닝 트랙 ‘THE MAST’는 섬세한 아르페지오 리프로 항해의 문을 연다. 세밀하게 짜인 기타 톤이 서서히 밴드의 사운드를 견인하며, 곡은 서정과 긴장 사이를 오간다.
제목처럼 ‘기둥을 세운다’는 의미는 밴드의 새로운 출발선으로 읽히며, 이현영의 보컬은 섬세한 흐름 속에서도 강한 중심을 유지한다.
‘I’m Gonna Miss You’는 감정의 여백으로 시간의 흔적을 그리며, 절제된 편곡 속에서 보컬의 섬세함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FIREMAN’은 내면의 불을 다루는 사람에 대한 상징으로, 에너지와 통제의 균형을 완벽히 구현한다. 타이틀곡 ‘HAVE A NICE DAY’는 밝은 인삿말로 시작하지만 그 안에는 냉소와 위로가 공존한다. 경쾌한 리듬 뒤에 숨겨진 사회적 피로가 묘하게 교차하며, 더더가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을 대변한다.
‘가리워진 꿈’과 ‘이대로’는 서정적이면서도 모던한 정서가 살아 있고, ‘빙글뱅글’은 펑키한 리듬으로 일상적 무게를 가볍게 돌려놓는다. ‘으라차차 대한민국’은 밴드의 확장된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트랙으로, 응원가적 형식을 띠지만 그 안에는 공동체적 열망과 인간적 연대의 감정이 깔려 있다. 록의 외피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이 곡은, 더더가 여전히 현실과 함께 호흡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작은새’는 자유와 비상의 감정을 투명한 사운드로 표현하며, 감정의 절정을 향해 비상한다.
마지막 트랙 ‘Maybe Tomorrow’에서는 반가운 재회가 있다. 김영준이 8집 ‘ANYBODY HERE’에서 직접 보컬을 맡아 팬들의 큰 지지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이번에는 보컬 이현영과의 조화로운 하모니로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낸다. 서로의 호흡이 맞물리며, 노래는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듯한 따뜻한 감정선을 그려낸다.
『THE MAST』는 회고가 아닌 재구성의 앨범이다. 밴드는 과거의 자신을 되풀이하지 않고, 그 경험을 토대로 현재의 언어로 다시 말한다. 사운드는 더욱 세밀해졌고, 구성은 유려하다. 록 밴드의 진정한 성장기는 새로운 스타일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스스로의 시간을 재정의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이 앨범은 증명한다. 더더는 여전히 현재형 밴드이며, 『THE MAST』는 그 증거다.
01 THE MAST
섬세한 아르페지오 기타 리프가 도입부의 첫 파도를 일으킨다. 그 울림은 단단하지 않고 투명하며, 밴드는 느리게 긴장감을 구축해 간다. 드럼과 베이스가 차츰 합류하면서 리듬이 단단해지고, 음악은 천천히 항해를 시작한다. 보컬 이현영은 차분하지만 단호한 톤으로 노래를 이끌며, ‘지배한다’는 의미보다는 ‘기둥을 세운다’는 태도로 밴드의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다.
‘THE MAST’는 깃대이자 마음의 축이다. 이현영의 목소리는 새벽 안개처럼 퍼지고, 김영준의 기타는 그 안에서 방향을 잃지 않는다. 프로듀서 김영준의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이 돋보이며, 밴드가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해왔는지를 느끼게 한다. 밴드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한다.
“우리의 바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02 I’M GONNA MISS YOU (Rewind)
감정의 회귀를 담은 이 곡은 이전 버전의 감성선을 유지하면서도, 새롭게 믹스·마스터링되어 전체 사운드의 공간감과 보컬 클리어리티가 향상되었다. 가사 “우린 모두 변함없이 그대로 그렇게 걸어가야만 할까”가 삶의 반복과 질문을 담고 있다.
기타 리프가 배경을 부드럽게 채우고, 드럼과 베이스는 절제된 그루브로 감정을 받친다.
이현영의 목소리는 과거의 자기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들리며, 청취자로 하여금 ‘남겨진 감정’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떠나간 시간의 잔향이 남는다. 기타는 되감긴 필름처럼 반복되고, 보컬은 말보다 느린 숨으로 감정을 전한다. 사랑은 완결이 아니라 습관처럼 남아 있는 무게다. 더더의 음악은 그 무게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도, 결코 울부짖지 않는다. 조용히, 그러나 뚜렷이 슬픔을 기록한다.
03 FIREMAN
내면의 불꽃을 다루는 존재로서 ‘소방관(fireman)’ 이미지를 차용하여, 밴드는 열망과 통제 사이의
긴장을 소리로 전개한다. 리듬 섹션은 강렬하게 실행되며, 기타 솔로는 꺼지지 않는 불길처럼 반복과 확장을 거듭한다. 보컬 이현영은 곡의 고조부에서 강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밴드는 기존 서정성을 넘어 ‘펀치 있는 록’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한다.
불은 타오르고, 그 불을 바라보는 사람은 흔들린다. 리듬은 뜨겁지만 절제되어 있다.
폭발보다는 잔열이 길게 남는다. 김영준의 기타가 불꽃처럼 날아오르고, 이현영의 목소리는 그 불길의 중심을 지나간다. 이 곡에서 밴드는 분노를 노래하지 않는다. 대신 ‘태우며 남기는 것’을 이야기한다.
04 HAVE A NICE DAY
타이틀곡답게 대중성을 담고 있으면서도 내부에 복합적인 코드를 품고 있다. “HAVE A NICE DAY”라는 인사말에 담긴 위로와 피로, 긍정과 회의가 팝 록 사운드 안에 공존한다. 기타 훅은 귀에 쉽게 박히고, 브리지에서는 코드 진행이 전환되어 청자의 균형감각을 자극한다. 이현영의 보컬은 밝음과 어두움을 오가며, 밴드는 타이틀곡을 통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던진다.
밝은 미소 뒤에서 피로가 흘러내린다.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 그 공허 속에서 밴드는 웃는다. 리듬은 가볍지만, 가사는 결코 그렇지 않다. 드럼이 햇살처럼 번쩍이고, 기타가 음영을 만든다. 이현영은 미소 짓는 얼굴로 울음을 삼킨다. 세상에 건네는 인사, 그러나 그 안엔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가 있다.
05 가리워진 꿈 (Rewind)
가사와 선율 모두 과거의 꿈을 들춰내는 정서를 담고 있다. “너의 가냘픈 어깨 위엔 너무나 무거운 문제만이”라는 문구가 청자를 곧바로 내면으로 이끈다.
편곡은 발라드적 구조 위에 록 요소를 깔아내며, 밴드는 잊혀졌던 목소리를 새로운 사운드로 구현한다.
리마스터링된 사운드 덕분에 보컬과 밴드간의 호흡이 더욱 명료해졌고, 깊이 있는 감정이 잔잔히 전해진다.
무너진 꿈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가려졌을 뿐이다. 그늘 속에서 여전히 꿈은 호흡한다. 밴드는 그 어둠을 들춰내듯 노래한다. 리듬은 낮고 느리지만, 어딘가에 빛이 있다는 확신이 느껴진다. 이 곡은 절망의 노래가 아니라, 여전히 숨 쉬는 가능성의 노래다.
06 빙글뱅글
펑키한 리듬과 반복되는 기타 리프를 통해 ‘돌고 돈다’는 이미지가 사운드 속에 살아 있다.
밴드는 반복 구조를 통해 귀에 익숙하면서도 미세한 변주를 넣어, 단조로움을 피한다. 리듬 섹션의 움직임이 경쾌하면서도 단단해 이전 버전 대비 사운드 완성도가 높아졌다. 청취자는 이 곡에서 잠시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리듬과 함께 흐를 수 있다.
세상은 돌고 돈다. 웃음도, 눈물도, 빙글빙글 돈다. 기타 리프가 그 회전을 그린다. 밴드는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반복 속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순간에도, 음악은
조금씩 다른 빛으로 반짝인다. 그것이 성장이다.
07 으라차차 대한민국
응원의 언어를 띤 이 곡은 사회적 감각까지 담고 있다. 록 밴드가 국가적 이미지나 공동체적 외침을 노래할 때, 흔히 단순해지기 쉬운데, 밴드는 코러스와 기타 리프, 리듬을 통해 연대와 결속을 음악적 코드로 구현한다. 유튜브 영상 설명에 따르면 “과 록의 강렬함이 결합된 이 곡은 단지 한 편의 록 트랙에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를 향한 응원의 목소리로 자리 잡는다.”
이현영의 보컬은 현장의 함성과 같은 힘을 내며, 밴드의 퍼포먼스 가능성까지 엿보게 한다.
함성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몸의 기억이다. 이 곡에서 밴드는 한 나라의 집단적 박동을 록으로 옮긴다. 기타는 깃발처럼 휘날리고, 드럼은 심장처럼 뛴다. “으라차차”는 구호가 아니라 생존의 문장이다.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이 노래는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을 대변한다.
08 이대로
모던한 정서와 담담한 서정이 조화를 이룬 곡이다. 보컬의 표현은 직설적이기보다는 여백을 남기며, “이대로 머물고 싶다”는 간절함을 조용히 전한다. 기타의 빈티지한 톤, 절제된 드럼이 곡의 시간성을 잡아주며, 밴드는 서사보다는 순간적 정서를 노래한다. 청취자는 이 곡에서 ‘멈춤’과 ‘흐름’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체감하게 된다.
모든 게 멈춘 듯한 순간, 시간은 가장 느리게 흐른다. 기타의 빈티지 톤이 과거의 기억을 불러오고, 이현영의 목소리는 그 위에 정적을 얹는다. “이대로 머물고 싶다.” 그 문장은 현실의 저항이자 포기다. 그러나 밴드는 끝내 머무르지 않는다. 이 곡은 ‘멈춤’을 통해 ‘흐름’을 증명한다.
09 작은새 (Rewind)
자유로운 비상의 욕망을 노래하며, 밴드는 과거 버전보다 사운드 공간과 밸런스를 개선했다.
기타와 베이스, 드럼이 점진적으로 쌓이며 보컬의 호흡도 그 궤적을 따라 올라간다. ‘작은 새’라는 메타포는 밴드 자신의 은유이기도 하며, 청취자는 끝없이 상승하고자 하는 감정을 따라가게 된다.
작은 날갯짓이 공기를 흔든다. 처음엔 미약하지만, 곧 거대한 하늘로 번진다. 보컬은 낮게 시작해 고조되고, 기타는 점점 밝아진다. 이 노래에서 밴드는 자유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 “나는 아직 날 수 있다”는 믿음을 들려준다. 작은 새는 그들의 또 다른 이름이다.
10 MAYBE TOMORROW
앨범의 마지막 오리지널 트랙으로서, 김영준이 8집 『ANYBODY HERE』에서 직접 보컬을 맡아 팬들의 지지를 받았던 바 있는데, 이번 곡에서는 이현영과의 하모니로 새로운 장면을 연출한다. 두 보컬의 호흡이 맞물리며 노래는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교차를 만들어낸다. 밴드는 완결이 아닌 열린 결말을 노래하며, 미래로 향하는 문을 음악으로 열어 보인다.
어쩌면 내일, 어쩌면 다시. 김영준이 부르던 그 목소리가 돌아오고, 이번엔 이현영과 맞물린다.
두 목소리는 서로를 감싸며,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사라진다. 기타는 여운처럼 이어지고, 드럼은 맥박처럼 남는다. 이 곡은 완결이 아니라 다짐이다. “우리는 내일도, 노래할 것이다.”
THETHE
10TH STUDIO ALBUM 『THE MA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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