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그건 오직, 사랑 by. 세윤
사랑. 나에게 사랑이란 뭘까. 나를 아주 유치하게 만들었다가 모든 걸 달관한 사람처럼 만들기도 하고, 실없는 행동에 명분이 되어 주기도 하는 이 판타지적인 개념을 아직은 다 이해하기 힘들다. 이 주제에 대한 글을 쓰기로 하고 머릿속은 온통 ‘사랑’으로 가득했다. ‘사랑이 뭘까?’하는 물음에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몇 달 동안 내내 사랑만 생각했다. 나를 지나간 사랑, 마땅히 하는 사랑,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랑, 그리고 도처에 깔린 사랑. 사람들을 만나면 그 사람의 사랑에 대해 짐작해 보기도 했다. 거기엔 그들의 소중한 가치들도 담겨 있었다.
‘사랑’이란 단어에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여러 가지 마음들이 합쳐진 상징처럼 느껴졌다. 예를 들면 ‘지금보고 있지만 벌써 보고 싶다’라던지, ‘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미래까지 함께하고 싶은데 너도 같은 마음이니?’라던지, ‘너를 위해 내 모든 걸 바칠 수 있어’ 같은……. 그래서 사랑이라는 말은 어쩌면 그 감정들을 대표해 표현하는 게으른 말 같기도 해서, 만약 ‘사랑’이라는 단어가 없었다면 사람들 모두 시인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 ‘사랑’의 정의는 계속 바뀌었다. 아주 어릴 땐 많이 좋아하면 그게 사랑인 줄 알았고, 조금 지나서는 내가 그 사람 대신 뭐든 해주고 싶은 게 사랑인 줄 알았고, 조금 지나서는 그 사람이 뭐든 직접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사랑인 줄 알았고, 또 조금 지나서는 그저 그 사람이 행복만 하길 바라는 마음이 사랑인 줄 알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최선의 사랑이 있었다.
나는 사랑만이 이 세상을 정복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 그리고 세상이 돌아가는 것은 모두 사랑이다. 연인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 나에 대한 사랑, 혹은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사랑. 사랑하는 어떤 것이 우리 모두를 움직이게 한다. 어디에나 있고, 이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 그건 오직 사랑뿐이다.
에필로그 - 그럼에도, 사랑 by. 시유
나는 사랑 예찬론자입니다. 대부분은 그렇습니다. 내가 가진 대부분의 원동력은 ‘사랑’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또는 누군가를 너무나도 사랑하기에 원하게 되는 마음. 그래서 더 나은 내가 되고 싶고 더 잘 해내고 싶어 ‘최대한의 나’를 향해 영차영차 요란한 소리를 내가며 무거운 몸과 엉킨 생각들을 기어이 끌고 가는 나의 사랑. 그럴 때의 밤에는 꿈속의 잔바람까지 생생해져서 눈을 뜨는 일이, 아침을 맞이하는 일이 설레고 분주해져요. 목적지가 뚜렷하거든요. 그곳으로 가는 동안 너무 뜨거워진 내 사랑이 여기저기 쓰라린 흉터를 남기더라도 좋은 내가 남았으니까, 그런 반짝이는 마음을 가졌던 귀중한 시간을 가졌으니까 모든 게 아름답게 비춰지곤 해요.
하지만 간혹 이 단계를 넘어서는 사랑을 하는 저는 사랑 저주론자가 됩니다. 거의 초월에 가까운 힘을 주던 내 사랑이 무게에 무게를 더해 나를 짓눌러 버리고 나는 완전히 무력한 인간이 됩니다. 멋진 사람이 되겠다며 시간을 쪼개던 나는 온데간데없고 갑자기 블랙홀 같은 깊은 수렁이 된 이 마음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스러워 온종일 멍하게 시간을 죽입니다. 멀게 보여도 선명하던 목적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이 사랑의 대상과 관련된 것이 아니면 아무것에도 흥미도 재미도 관심도 없어집니다. 심지어는 내 자신에게도요. 이 단계의 사랑에 빠져 버린 나는 마치 내가 아닌 타인처럼 느껴져요. 살기 위해 사랑을 하는데 사랑을 하는 나는 자꾸만 무너지는 이상한 사랑. 나의 세계에는 이런 사랑도 있습니다.
내내 사랑에 대해 생각했어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을 바라보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나를 바라보고 또 나를 사랑하는 이들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사랑이라 생각해 온 것들이 실은 무수한 착각은 아닐까 겁을 내다가, 내 시선 안의 누군가가 이토록 사랑스럽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몇 번의 다독임을 거치며 사랑에 허우적대던 몇 명의 나를 조심스레 꺼내어 보았습니다.
‘사랑 예찬론자의 나’ 그리고 ‘사랑을 저주하는 나’를 번갈아 마주하며 얻어낸 대답은 ‘그럼에도’입니다. 이 모든 괴로움을 끌어안고서라도 나는 당신을, 내 사랑을 사랑하려 해요. 다른 선택지는 없으니까요. 내 빼곡한 사랑의 마음들을 각자의 세상으로 가져가주기를 그리고 매일매일 사랑하는 것들을,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며 뜨겁게 울고 웃고 괴롭고 때로는 납득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귀 기울여 듣고 기록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을, 사랑을 생각하며 쓴 ‘시선’이라는 노래와 함께 놓아둡니다!
‘사랑하는 이를 바라본다.
찰나에 짓는 표정과 입술을 움직이는 모양과
눈의 깜빡임조차 놓치지 않으려 애를 쓰면서.
내 시선 안에서 당신이 얼마나 더 자유로워도 되는지,
내가 바라보는 당신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알게 해주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면서.
내 시선 안의 당신을 봐 주세요.
이토록 아름다운 당신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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