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강가의 안개 같은 희끄무레한 이야기를 담은 러브송 — 당신과 나 남양주에서
2022년에 처음 쓴 곡이다. 2023년에 한 차례 다듬었다. 이전 앨범인 [음악만세]를 한창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이리저리 매만지다 그냥 빼기로 했다. [음악만세]는 아무래도 조금 진지한 흐름을 가진 앨범인데, 이 곡이 가진 무드가 다른 곡에 비해 가볍게 느껴졌다. 그 상태로 오래 묵혀 두었다.
곡을 완성한 것은 2025년의 일이다. 마지막으로 곡을 만진 2023년과 2025년 사이에는 2년의 시차가 존재한다.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 앨범을 냈고,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이들에게 음악이 전해졌다. 고마운 기회로 큰 페스티벌에서 연주하게 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그리고 그 이후를 함께 하면서 ‘우리’가 부를 수 있는 이들이 생긴 것이다. 어느새 우리는 밴드가 되었다.
이전 앨범의 호평은 한편으로는 조금의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런 피로감을 덜어내고 싶었다. 그 와중, 한 켠에 잠들어 있던 곡을 다시 매만지기 시작했다.
전반부가 2022년에 쓰인 것을 다듬은 것이라면, 후반부는 2025년에 새로 쓰인 것이다. 2025년에 새로 만지던 중에는, 이상하게도 <천녀유혼>이나 <서유기 : 선리기연> 같은 80, 90년대 홍콩영화들의 이미지가 자꾸만 머릿 속을 맴돌았다. 민담이나 설화로부터 파생된 이야기들. 일부는 이미 고인이 되기도 한, 배우들의 표정이나 연기. 어떤 인상. 조금은 공포영화스럽기도, 또 키치하기도 한 미장센. 난데 없이 등장해 허탈해지는 조크들. 지금 보면 웃음이 나오는 엣날식 특수효과들 — 그것들이 곡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이야기가 허황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처럼 들렸으면 했다.
이 싱글을 어떤 시발점이라 말하고 싶지는 않다. 약속할 수 없는 것을 약속하고 싶지 않은 까닭에서다. 어찌되었건, 우리는 느리고 천천히 유영하듯 나아가고 있다.
언제나처럼 함께 한 머쉬룸 레코딩의 천학주, 소닉코리아 마스터링의 강승희, 비디오 디렉터 ML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또한 새롭게 합류한 만화가 혀나현에게도 환영의 인사를 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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