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모든게 끝나버렸으니까.
정의? 자유로운 삶? 보다 나은 내일?
어제 일로 모두 헛것이 돼버렸어
이보다 완벽한 패배가 있었을까.
이리 살아서 편지를 남기는게 운이 좋았다고 여겨지니 말야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가 부족해서 진 게 아닐세.
놈들은 우리가 뭘 하려는지 어디로 이동할 지 이미 알고 있었잖나.
숨으려 한 곳마다 먼저 도착해 있었고, 공격하려는 곳엔 모든 방비가 되어있었지.
그제까진 아무도 신경쓰지 않던 팰렁스가 깨끗히 닦여 심지어 장전이 돼있는걸 보았지?
중앙군 한 놈 한 놈들도 그간 녹이나 빨아먹던 양아치들이 아니었어.
고용된 용병정도는 되는 수준이었네.
병을 앓던 도시에 그게 말이나 된다 보는가?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지,,
운이 나빴다?
아니. 그런 우연은 있을 수 없네.
이쯤되니 확신이 서네.
누군가 우리를 팔아넘겼고 놈들에게 모든 계획을 흘려줬던게 분명해.
그리고 그 자는 아마 지금도 우리 곁에 있지 않겠나.
함께 쓰러진 척, 함께 무너진 척하면서 웃음을 참느라 고생 깨나 하겠지.
가증스럽기 짝이 없군
솔직히 말해서, 이제 누구도 믿지 않네.
이미 떠난 동료들 말고는 아무도 믿지 않아.
하지만 자네만큼은 그런 놈들과 달랐다고 생각한 내 자신을 믿고 인사를 남기네
범인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더 의심할 여유는 없으니 이만..
마지막으로 이 편지는 태워 없애시게
몸 조심하길 어린친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