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음원은 원래 '이승엽 5집 <표정만방지곡>'을 녹음하기 이틀 전에 장소 확인과 함께 새로 구입한 장비 테스트 등을 위하여 연습한 것을 녹음해 놓았던 것이다.
5집 녹음 당일 반주자들과 만나 잠깐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 "표정만방이 대금만 나오는 음원이 따로 없어서 준비하기 어려웠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 보니 반주자 섭외 과정에서도 "피리가 없나요?"라는 이야기도 나왔었다.
녹음이 끝나고서는 "피리 없이 대금으로만 맞춰보는 표정만방이 즐거운 경험이었다"라는 말도 들었다.
본인은 예전부터 여러 국악 관련 글들을 읽을 때 정악에서 피리가 주선율이라는 말에 전혀 납득하기 어려웠다.
여러 악곡과 악보들을 살피고 다른 국악기들을 비교해 보아도 대부분의 곡들이 서로의 소리와 선율을 보완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음악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아마 피리 소리가 특별히 커서 다른 악기들이 따라가는 경향이 있고, 음악의 루트 음을 연주하는 특성으로 인한 오해로 보인다.
따라서 지난 5집 표정만방지곡 녹음에도 별다른 생각 없이 일반적으로 같이하는 피리 대신에 해금과 아쟁으로 반주를 구성했다. 그리고 5집 녹음을 끝내고 정리하면서 앞서 반주자들의 이야기가 떠올라 피리만 나오는 표정만방 음원은 피리 선율 구조상 나오기 어렵겠지만 오히려 정악의 주선율로 보이는 대금의 표정만방지곡 솔로 음원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표정만방 한바탕을 다시 녹음하기에는 이미 몸의 한계로 많은 회복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고, 오히려 앞서 나온 5집 음원과 비교하는 즐거움이 있을 듯하여 미흡하지만 연습용으로 녹음했던 음원을 5.5집으로 내게 되었다.
만파식적은 한자 그대로 일만 만(萬), 물결 파(波), 쉬다 식(息) 피리 적(笛)으로 '수많은 파란을 쉬게 하는 피리'이다.
예전에는 부는 관악기를 모두 피리라고 불렀으나 국악기에는 향피리, 세피리 등의 세로로 부는 '피리'가 따로 있다. 그러니 그것들과 구분하여 '수많은 파란을 쉬게 하는 횡적' 또는 간편히 대금이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따라서 <수많은 파란을 쉬게 하는 만파식적인 대금>으로 <올바름을 만방에 드러내는 표정만방지곡>을 연습했던 자료임에 뜻을 두어 앨범 제목을 '이승엽 5.5집 <만파식적 표정만방>'으로 결정하였다.
대금: 이승엽(국립국악원 정악단 부수석)
녹음 2025. 3. 2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