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평론가 임희윤
미쳤다고 해도 좋다. 이 정도면 거의 사고 쳤다고 봐도 된다. 아이돌 밴드가 6분 18초짜리 연주곡을 싱글로 낸다. 그것도 향후 나올 첫 정규앨범의 티저 격인 중차대한 선공개 곡으로 말이다.
지금 소개하는 밴드 캐치더영의 신곡 ‘The Young Wave’는, 결론부터 말하면 러시(Rush), 드림 시어터(Dream Theater) 같은 해외 프로그레시브 록/메탈 밴드의 계보에 감히 도전하는 곡이다.
시작부터 저돌적이며 진취적이다. 맑은 피아노의 분산화음으로 출발한 악곡에 행진곡풍 드럼 롤이 올라타고, 베이스기타는 기타 리프(riff)와 하모니를 좁혀 가며 다가온다. 이내 앞으로의 서사시를 아우를 인상적인 메인 테마가 기타로 연주된다.
캐치더영은 6분 넘는 ‘The Young Wave’를 자연의 파도처럼 변화무쌍하게 펼쳐낸다. 예닐곱 개의 파트가 변신 로봇처럼 전개되고 오므려진다. 기타, 베이스기타, 건반, 드럼이 칼군무처럼 갈마들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오버더빙(overdubbing)도, 가상악기나 신시사이저의 효과음도 양념 수준으로 최소화했다. 그래서 마치 밴드의 합주실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화사한 칵테일보다는 드라이한 와인처럼 귀를 감싼다.
메인 테마 작곡, 편곡과 구성 대부분을 리더 산이(베이스)가 책임졌다. 그는 말한다.
“밴드 가운데는 러시와 드림 시어터와 퍼리퍼리(Periphery), 베이시스트 중에선 자코 패스토리어스와 스토 미쓰루(티스퀘어 멤버)와 플리(레드 핫 칠리 페퍼스 멤버), 기타리스트로는 스티비 레이 본과 에디 밴 헤일런을 오랫동안 좋아했어요. 화려한 연주와 탄탄한 구성력을 지닌 음악가와 그들의 작품을 늘 동경했죠.”
악곡은 D단조로 시작하지만 조와 템포의 변화가 계속되므로 결말을 짐작하기 힘든 스릴러물 같다. 베이스기타의 슬랩 스타일 솔로가 40초 가량 이어지는가 하면, 기어 변속처럼 전체 템포가 가속도를 내는 중반부는 곡 속의 곡, 꿈속의 꿈처럼 몽환적인 하이라이트를 이룬다. 후반부에 접어들면 레드 핫 칠리 페퍼스를 연상시키는 펑크 록(funk rock)으로 진입하면서 기타 속주가 악곡을 한껏 고조시킨다.
결말도 의외다. 굽이굽이 마다 다른 악기나 템포로 재현되던 메인테마는 뜻밖에 자취를 감춘다. 전혀 새로운 테마가 등장함으로써 대곡의 클리셰인 수미쌍관적 구성을 회피한다. 열린 엔딩으로 나아간다.
“제목을 ‘The Young Wave’라 정한 것도 곡 자체가 바다를 항해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에요. 피날레에서 메인 테마의 반복을 피한 것은 먼 대양으로 나아갈 저희의 여정, 그 도전적인 전진의 이미지를 가져가기 위해서 입니다.”(산이)
이곡의 뮤직비디오도 네 명이 실내에서 펼치는 불꽃 튀는 연주, 그 자체에 집중한다. 보컬 남현이 도시를 헤매다 결국 바다에 뛰어들고 새로운 항해에 나서는 인서트 장면들이 파도처럼 굴곡이 큰 음악적 드라마와 교차 편집된다.
이쯤 되면 이 곡의 라이브가 더 궁금해진다. 이왕이면 ‘파트 2’ ‘파트 3’로 캐치더영의 연주곡 행진이 앞으로 더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캐치더영의 멤버들은 모두 음악 전공자들이다. 다양한 장르와 분위기를 담은 정규 1집으로 가는 선공개 곡으로 이렇게 긴 연주곡을 택한 것은 그들만의 또렷한 철학 때문이다.
“음악을 잘하는 사람들이 그걸 숨길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돌 밴드는 밴드가 아니다’라는 편견도 깨고 싶었습니다. 린킨 파크도 처음 나왔을 때는 ‘기타 든 아이돌’이란 조롱을 받았지만 이제는 전설이 됐잖아요?”(산이)
어떤 독특한 항해가 닻을 올렸다. 물살이 거칠다. 대양과 빛이 팔을 벌린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