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완벽한 0이 되기 위해 오늘도 깨어났습니다. 보다 더 솔직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죄지은 순간들을 기록해야만 했습니다. 토해내야만 했습니다. 죽음이 무섭습니다.
남겨두고 가는 허물들이 결코 죄악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꼭 다시 만나요. 김초원이었습니다.
“그녀의 슬픔은 우리의 노래가 되고
우리의 노래는 끝나지가 않아요
증오의 순간은 다시 찾아오겠지만 달래서 보내겠어요”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읽는다. 가사를 읽다가 노래를 듣는다. 단출하다. 노래 길이는 그리 길지 않고, 가사는 반복된다. 모호한 언어와 노래는 잘 어울린다. 어렴풋하지만 의미를 생각해 보고, 이미지를 떠올려본다. 증오의 순간은 한 번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찾아오겠지만 이를 잘 달래서 보내겠다는 마음. 슬픔이 노래가 될 수 있다면 그 노래는 끝나지 않을 거라는 마음.
이미 세상을 떠난 한 노(老)가수는 생전에 슬픔과 증오와 좌절의 과정을 거쳐 부르는 노래가 블루스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럴 때마다 난 이제 블루스를 더 잘 부를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김초원은 블루스 가수는 아니다. 장르적으로 블루스는 아니어도 그가 자신의 삶을 노래에 투영한다는 건 같다. 가장 솔직하고 나다운 모습을 음악에 담으려 하고, 자신의 일상과 우리의 일상을 노래로 만든다. 삶이 김초원을 속일지라도 이제 그는 이를 노래로 만든다.
2021년 싱글 ‘별에게 건네는 소망’을 발표하며 경력을 시작했다. 그 뒤로도 싱글 단위의 곡만을 발표해왔다. EP 이상의 볼륨을 가진 결과물을 공개하는 건 처음이다. 서정성이 도드라졌던‘별에게 건네는 소망’부터 지금까지 발표한 노래들을 들으면 김초원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서정적인 포크 트랙부터 로킹한 노래까지 다양하고, 목소리는 더 깊어졌다. ‘김초원 사운드’의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중첩된 목소리가 주는 매력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자리 잡았다.
2분짜리 노래 ‘허물’은 짧은 시간에 김초원이 갖고 있는 매력 전부를 보여준다. EP의 시작을 알리는 첫 곡으로 EP [노처녀 히스테리]의 전체 성격을 알림과 동시에 김초원이라는 아티스트의 현재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 들려오는 중성적이면서 깊고 독특한 목소리. 은유로 이루어진 반복되는 짧은 가사. 이 단출한 구성을 꾸며주는 코러스와 효과음은 때로는 단순함이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강렬함은 EP가 재생되는 동안 지속된다. 이를 무드라 해도 좋다. [노처녀 히스테리]에는 일관된 무드가 있다. ‘별에게 건네는 소망’과 비교하면 김초원의 음악은 변했다. 긍정적인 변화다. ‘별에게 건네는 소망’의 서정성을 다른 이들의 음악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면, [노처녀 히스테리]에는 누구와도 다른 김초원이 있다. 가사의 모호함과 몽환적인 사운드로 음악적인 이미지를 쌓게 하고, 목소리와 기타 외에 등장하는 아주 작은 소리의 장치로도 확실한 인상을 남긴다. 독창적이라는 것, 이것이 아티스트에게 얼마나 축복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것이 꾸며낸 것이 아닌, 김초원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건 더한 축복이다. ‘솔직함’을 본인 음악의 정체성이라고 말하는 이 음악인은 자신이 느꼈던 감정 그대로를 음악으로 표현한다. 그 표현을 단번에 알아채지 못하더라도 이를 더 반복해 읽고 귀 기울여 듣게 한다. 그래서 ‘그녀의 죽음’과 이어지는 ‘축제’의 모습, ‘차차댄스’, ‘무너진 다리’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같은 노랫말과 같은 낱말을 보면서 듣는 이들은 각자 다른 이미지를 그릴 것이다. 이 독창적이고 중독적인 가사가 시가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다섯 곡의 노래를 들으며 다섯 개의 시를 얻었다. 본래 싱어송라이터의 시작에 시가 있었다. 김초원의 노래를 듣고 읽는다. / 김학선(대중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