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보컬 음반상을 수상한 남예지의 정규 4집 [오래된 노래, 틈]은 고려가요 ‘가시리’를 비롯하여, 민요 ‘뱃노래’, ‘꽃타령’, ‘새야 새야’, ‘몽금포타령’, 그리고 초기 가요 ‘사의 찬미’, ‘목포의 눈물’, ‘희망가’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오래된 노래들을 현대 재즈의 언어로 재해석한 음반이다. 이 앨범에서 남예지가 주목한 것은 단순한 리메이크를 넘어, 한국 재즈의 역사라는 보다 넓은 맥락이었다.
재즈는 일제강점기에 국내로 처음 유입되었고, 당대의 유행가와 대중음악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그러나 1940년경 일본의 적성국 음악 금지령으로 인해 재즈는 ‘금지된 소리’가 되었고, 그 여파는 광복 이후에도 이어져 1950년대까지 긴 공백을 만들어 냈다. 남예지는 이러한 역사에 주목하며, “만약 그 단절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의 재즈는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라는 상상에서 [오래된 노래, 틈]을 출발시켰다. 앨범의 각 트랙은 과거와 현재, 실재와 상상의 틈 사이에 존재했을지도 모를 한국 재즈 스탠더드에 대한 사유이자 음악적 질문이다.
[어기여 디어라]는 이러한 여정의 연장선상에 있다. 싱어송라이터 이상은이 1997년에 발표한 원곡을 재즈라는 언어로 새롭게 되살렸다. 3박자의 리듬은 파도를 닮았다. 이원술, 비안, 오정수, 김종현의 연주는 노를 젓는 사람의 숨결처럼 깊고, 또 단단하게 물살을 가른다. 남예지의 목소리는 이들의 호흡에 실려 과거와 현재, 익숙함과 낯섦 사이를 유려하게 횡단한다. 한국적 선율과 현대 재즈의 어법이 교차하며 만들어 내는 새로운 파장은 ‘틈’이라는 감각을 다시금 일깨운다. 남예지의 ‘틈’은 한국 재즈의 가능성의 공간이자, 확장된 영토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재즈의 시간이 지금, 여기서 다시 펼쳐지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