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영의 세 번째 디지털싱글 [할미꽃]
나의 모든 선택들과 행동을 믿어주었던 이가 있었다.
행여 내가 달아날까 속으로 울며 지켜 준 이가 있었다.
잘못된 것에 혼이 났지만
잘한 일엔 소박하고도 가장 따뜻한 마음을 안겨주던 이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누구보다 사랑받으며 자랐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런 할머니 할아버지가 좋았다. 기뻐하는 그분들의 모습은 더 좋았다.
나의 잘못에 그들이 곧바로 들지 않았던 매는 나에게 기다림이라는 지혜와
그들의 헌신은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마음을 남길 수 있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나의 잘못으로 애타는
할머니의 젖은 눈빛과 떨리는 목소리를 잊지 못한다.
어린 나의 기억 속의 정오엔 할머니의 맛있는 된장찌개와
할아버지가 가장 아끼셨던 아주 큰 전축의 빠른 트로트가 있다.
4살 먹은 정아영은 티셔츠 한 장과 팬티만 입고 거울을 보며 빗을 잡는다.
그리고는 춤을 추며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하기 시작한다.
할아버지는 이내 전축보다 내 노래를 더 좋아하셨다.
그렇게 한 번의 공연이 끝나면 우리 가족은 교동의 핫플레이스
은행나무 밑으로 바람을 쐬러 나갔다.
자전거를 타고 멋지게 등장한 초대가수 정아영은 이내 두 번째 무대를 가진다.
그분들이 만들어준 내 생의 최초의 무대는
여직 관객들 앞에서 떨지 않는 나를 만들어주었다.
“꽉 낀 청바지 갈아입고”로 시작하는 한자락 들으려 모여든 동네 어르신들이
집까지 찾아와 교동의 스타를 보기도 했던 2001년.
꼬마 아영이 노래하면 사람들이 웃었다.
그곳의 분위기는 이내 따뜻해진다.
나의 팬들의 칭찬에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좋아한다.
23살의 나는 그 무대의 기억 속에 멈춰있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소름 돋게 노래하는 가수보다는 분위기를,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가수가 되려 한다.
힘들게 키운 세월의 보람을 안길 수 있도록.
미소 속에 내리는 눈물을 볼 수 있도록.
나는 아직도 그들의 자랑이 되려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