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마음을 볼 수도 있는 것 같다. 짜증이 난 채로 앉아 있으면 어느 저리 손에는 볼펜이 들려있다. 손바닥이 모서리를 누르고 있는 종이 안에는 아무렇게나 뭉쳐진 낙서가 가득하다. 그게 가끔은 마음 그 자체 같아서 착잡하고 조금 위로가 된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끄적이고 싶은 것이 ‘정말 오랜만이야’라면, 그것도 마음일까?
나도 나에게 놀랄 정도로 침착하게 상황을 대응하고 나면 뭉쳐진 낙서처럼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그러나 ‘나’는 곧장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따져 물으며 ‘나만 생각’하겠다고 말해버린다. 한순간 감정이 동요해도 그뿐이다. 나는 이제 너보다 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니가 정말 싫’다. 운동화에 달라붙은 껌처럼 질겅거리는 미움은 인정하기 싫지만. 어쩌면 다 버리지는 못한 미련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런 미움을 숨기지 않는다. 그 이후로 한동안 ‘니 생각만 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내 사랑을 져 버린 건 다름 아닌 너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내 사랑의 주인이 된다.
미우면 미워하고 싫으면 싫다고 말하기로 한다.
이 앨범은 미움을 망설이는 당신에게 말한다. 마음 놓고 미워하라고. 예전에는 그게 잘 안됐어도 괜찮다. 전 세입자가 아쉬우면 아쉬웠지, 당신은 이제 미움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질 테니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