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양식 (Stylus Fantasticus) 은 “자유롭고 제한받지 않는 작곡형식” (Johannes Dieterich, Prosus Inventa) 을 의미한다. 나는 여러가지 이유로 이 제목을 선택했다. 여기에 수록된 모든 작품은 매우 자유로운 형식으로 작곡되었으며 때로는 마치 즉흥연주를 악보에 옮겨놓은 듯하고 자유로운 조성의 변화 또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러한 환상 양식의 특징답게 빠른 연결과 급격한 정서의 변화로 가득차 있다. 이번 음반에 수록된 작품들은 다소 전통적인 측면과 거리를 둔 환상과 자유로움으로 가득찬 독일 건반악기 음악의 진수를 보여준다.
나는 이번 음반에서 이야기를 만드는데 집중하여 표제적 방법으로 작품을 배치하였다. 이 이야기는 17, 18세기 바로크 음악을 통해 상반된 감정과 정서를 가진 작품들을 번갈아가며 연주여행을 시작한다. 예를 들어 멜랑콜리 하며 아름답게 표현되는 프로베르거의 두개의 조곡 작품을, 케를의 천천히 그러나 차근차근 정상으로 끌어올려 음악적 희열을 고양시키는 파사칼리아 작품을 앞뒤로 배치하였다.
피셔의 [Musicalisches Blumen-Buschlein] 작품집에는 참으로 근심없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전주곡으로 시작하여 다정한 느낌의 샤콘느가 뒤따른다. 반면 뵘의 전주곡은 매우 강렬하고 리드미컬하게 시작되는데 마치 낭독하는 레치타티브 같은 자유로운 푸가와 후주곡으로 분위기 전환을 잘 연결한다. 그 다음 다시 피셔의 우라니아 작품의 토카타 는 장엄하게 곡의 시작을 알리고 예기치않게 다른 조성의 드라마틱한 파사칼리아가 시작된다. 이 작품의 파사칼리아는 매우 부드러운 주제가 나타나며 끊임없는
주제의 변주가 나타나다가 곡의 중반에 이를무렵 라 단조에서 아름답고 감미로운 바 장조로 바뀌며 마지막 순간에 다시 극적인 단조로 종결된다. 음반에 수록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두 작품 (BWV 917, 921)은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바흐 특유의 견고하고 꼼꼼한 구조로 되어있는 다른 작품에 비해 매우 자유스러운 형식을 보여준다. 두 작품 모두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위기의 섹션들, 때때로 매우 즉흥적인 요소와 오로지 아르페지오를 동반한 화성코드만을 제시하며 연주자의 창의적인 해석을 할수 있도록 음악적 공간을 남겨놓았다. 마지막으로 카를 필립 엠마뉴엘 바흐의 작품을 통해 후기 바로크시대로 여행한다. 그는 매우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한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 하프시코드의 모든 가능성을 이용한 신선하고 새로운 형식의 작곡방법을 보여준다.
글 / Arend Grosfeld(아렌트 흐로스펠트), 번역/ 최 현 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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