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의 지속 불가능성을 노래하는 우아하고 수상한 13개의 실내악곡 [The Decider’s Chamber].
웹 포르노그라피로 말을 배운 AI가 노래를 부르고, 아기를 점지해주는 어플리케이션 광고가 불쑥 튀어나온다. 두 개의 미래에서 건너온 목소리, 컬트와 마케팅이 오버랩된 듯한 비밀 집회의 설교가 이어지는데...
"이렇게 섬뜩하게 다가온 현실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음악은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 편안하게 들릴 것 같은 순간 친절하게 모국어로 얼마 남지 않은 안온한 미래에 대한 경고를 끼워 넣어 주셔서 마음에 든다. 이미 다가온 복잡한 상황의 현재/미래를 적응/대비하는 시간에 필요한 사운드 트랙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비상약처럼 가지고 다닌다면 좋을 것 같다" (박다함 / 헬리콥터 레코즈)
“우리는 하나같이 기쁜 마음으로 자처해 디지털 고스트가 되어 지칠 만큼 부유한 지 오래다. 몇 회 차의 고스트인지 당신도, 나도,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우리는 무엇을 믿고 어두컴컴한 코딩의 미로를 헤쳐나가야 할까. 혼란을 잠재우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업체eobchae는 이진법의 무덤에서 역사서를 건져올렸다. 숭고하게 고조되며 정교하게 부서지는 사운드로 전후의 문명들을 집대성해 증강현실화한 그 가운데 선 ‘결정사'는 우리에게 보일 듯 말 듯 한 좁은 틈을 가리킨다. 거부할 수 없이 현혹적인 위안이자 위험, 그리고 암호화된 진실이 든 그 틈을.” (조정민 / 공간 화이트노이즈 디렉터)
“기후 위기와 더불어 고령화 사회에 대한 공포까지, 온갖 앞날 걱정으로 신경쇠약에 걸릴 지경인 나에게 이 앨범 속 아기 천사들의 고결한 합창은 그 모든 걱정을 잊고 싶어질 만큼 아름답다. 귀여운 아기 하나가 갖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이 앨범을 추천한다.” (류성실 / 미술가)
3월 26일(금) 오후 12시, 오디오비주얼 콜렉티브 업체eobchae는 2019년부터 선보여 온 ‘결정사 (The Decider)’ 연작의 사운드트랙 앨범, [The Decider’s Chamber]를 릴리즈한다.
결정사는 업체eobchae의 비전을 대행하는 지하 조직으로, 2019년 12월 보안여관의 전시 [사이키델릭 네이처]의 오프닝 퍼포먼스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업체eobchae의 음악감독인 HWI는 이들의 앰배서더로 발탁되었다.
현 체제의 지속 불가능성을 예감한 결정사의 목표는 세계의 둠스데이 클락을 지연하고 미래를 창출하는 것. 컬트와 정치 결사체, 홍보 에이전시의 결사체처럼 보이는 결정사는 누구나 시연 가능한 AR 필터에서부터 유튜브 트루뷰 인스트림 광고, 비밀 집회에 이르기까지 마케팅과 프로파간다가 중첩된 방식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본 사운드트랙은 결정사의 복잡한 세계관을 다면적으로 반영하고자 2부 앨범으로 제작되었다. 1부는 최적화된 유성생식을 돕는 챗봇, 대디앱 (daddy.app)을 향한 찬가 (“안녕 대디”)로 시작해 그것이 시뮬레이트하는 절망과 희망의 미래 (절망아기의 노래, 희망아기의 노래)로 이어진다. 거울상을 그리는 두 개의 가능세계 속 우리 후손의 노래는 제3의 시공을 나지막이 요청한다.
1부의 우아하고 수상한 실내악곡은 2부에서 결정사가 구사하는 전술의 BGM으로 전환된다. 유튜브 광고 (TrueView daddy.ads), 출산의 찬반을 토론하는 팟캐스트 (Anti-birth vs. Pro-birth), 타파웨어 (Tupperware) 홈 파티와 컬트를 이종교배한 듯한 집회 (결정사의 비밀 집회) 등은 결정사와 연루된 다양한 상황을 암시한다. 소비자-시민의 집단 무의식을 타기팅하는 2부의 8개 트랙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리스너에게 심어 둔다:
“결정된 미래에서 사시겠습니까,
미래를 직접 결정하시겠습니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