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굳건해 보이지만 실로 구멍 난 세상 틈새에서 소년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어두운 자취방에서 TV로 지구 건너편 가식적인 사람들의 조소 가득한 일상을 바라보며, 소년은 그렇게 홀로 서 있다. 아니, 흐르고 있다.
11개의 트랙으로 이루어진 [OK, the era of independent films]는 프로듀서이자 내레이터인 '공하임'이 세상 속에서 겪은 다양한-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두운-사건들에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대응해 나가는지에 대한 앨범이다.
지면에는 커다란 돌들이 나 있고, 흐름과 함께 조금씩 파쇄된다. 소년의 가슴도 가끔씩 그러하다. 그는 종종 홀로 깨어나 있는 다른 차원의 그를 본다. 새로이 생겨난 그는 스크린을 바라본다. 그곳에는 11개의 채널에서 각기 다른 연기를 하는 자기 자신이 있다. 소년은 자신의 뒤에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띄우고, 소음을 낮추고, 몸의 움직임으로 소리를 낸다. 지저분함과 고통으로 차 있던 세상을 지우개로 지우려는 듯이. 반시계 방향으로 발을 한 바퀴, 또 한 바퀴 돌릴 때마다, 소년의 시간은 뒤로 되감기된다. 그리고 그 수없이 많은 조각으로 되감기된 이미지들 사이에서, 조용한 잡음이 울리더니, 이내 다시금 세계가 잠잠하다. 그리고 소년은 비로소 환하게 웃으며,
좋아, 비로소 독립영화의 시대야.
글. 권혁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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