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건 디지털 싱글앨범 Vol.4 바람이 불어온다.
앨범 전체적인 느낌이 타이틀곡 제목에서처럼 바람이다.
강한 바람으로 모든 것을 날려주는 그런 바람은 아니다.
언덕 위에 올라 등줄기에 흐르던 땀이 살짝 시원해짐을 느끼는 그런 바람.
잠시 스쳐지나가는 바람에 집중해보라. 무엇이 느껴지는가?
그런데 또 그런 바람이 내 마음대로 불어오지도 멈추지도 않는 바람.
사랑도 내 마음도 그것을 추억하는 시간마저 모든 게 내 것이 아니다.
작은 공기의 이동을 느끼기 위해 집중해보라.
그 느낌으로 이 앨범을 들어보면 어떨까 싶다.
평론 ; 신상헌
[Track Review]
1.바람이 불어온다.(작사,작곡,편곡 : 최동건)
하모니카 소리로 시작되는‘바람이 불어온다.’는 제목에서부터 조금 뻔 한 시원하고 경쾌한 노래일 것이라고 예상이 된다.
하지만 사실 이 노래는 그저 가벼운 바람 한줄기에서 추억을 회상하게 되고 그 추억으로 아련해지고 또 그것마저도 온전히 내 것이 아님을 알게 되는 슬프고 무거운 노래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을 굉장히 담담히 잘 담아내었다. 기교부리지 않는 단백한 창법과 오히려 부드러운 곡 전개에서 감정의 절제를 느낄 수 있다.
지금이 아닌 지난 감정의 요동을 이런 식으로 잘 해석했다 하겠다.
윤민수의 절규하는 노래보다 이제는 이런 곡이 더 슬프게 느껴지는 건 나이 먹음일까 싶다.
이 노래를 듣고 내 가슴속에서 꺼내어진 것은 무엇이었을까…….
2. 종이배 (작사,작곡,편곡 : 최동건)
테옆을 감고 오르골 소리로 시작되는 도입부가 너무도 좋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순수한 사랑의 마음을 순수한 음악적 표현으로 말하고 싶었나보다.
곡 전체의 깨끗하고 맑은 느낌이 오르골의 그것과 아주 잘 매쉬업 되어 표현되었다.
오르골 소리와 상큼한 소리를 듣다보면 유난히 짧게 느껴진다.
노래가 끝나고도 여운이 가시지 않아 다시 테옆을 감고 싶을 뿐이다.
태엽을 다 감고 나서 오르골 소리가 나오기 전의 그 짧은 공백이 기다려진다.
3. 홀로선 거리 (작사,작곡,편곡 : 최동건)
기타 연주나 창법 그리고 곡의 전체적인 흐름과 전개가 상당히 세련되었다. 그루지하고 블루지 한 것이 정형화된 느낌의 포크음악 같지 않다.
재즈스럽달까. 그저 느끼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툭툭 던져지는 듯 하다.
느낌에서 무엇인가 더 나올 거 같은 기대감과 또 어디로 흘러갈까 하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시끄러운 번화가 한켠에 유난히도 인적 없는 좁은 골목을 걸어갈 때 그때의 감정이 노래로 잘 묘사되어 있는 거 같다.
오늘 집으로 가는 길 골목 어디선가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상상을 해보길 바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