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난초의 김세종제 춘향가
-질러내는 애원성과 품격 있는 우조가 어우러지는 고급진 소리-
19세기 말, 김세종 명창은 고창 신재효의 사랑방 동리정사에 기거하면서 제자들에게 판소리를 가르쳤다.
그는 여러 <춘향가>를 섭렵하며, 자신의 스타일로 <춘향가>를 새로 짰다.
김세종제 <춘향가>는 정재근을 거쳐, 보성 정응민 집안의 소리로 정착하였다.
김세종제 <춘향가>에서 주인공인 춘향은, 좀 거친 성격이 드러나는 기존 <춘향가>에 등장하는 춘향에 비해 교양미가 넘치고 기품이 있는 여인이다. 춘향의 방에는 성현이나 도인들의 그림이 걸려있다. 이별을 고하려고 나타난 이도령에게 화를 내도, 다른 바디 <춘향가>에서 보이듯 치맛자락을 찢어 내거나 거울을 마당에 집어 던지는 행패를 부리지 않는다. 오리정에서 이도령과 이별하는 것이 “염치있고 체면있는” 춘향에게는 걸맞지 않다고, 춘향집 마당에 와상게 된다.
이난초 명창의 <춘향가>는 모두 다섯시간 가량으로 짜여 있다. 한 부분도 빈틈없이 짜인 이 장대한 서사는 굳이 나누자면 ‘초두’에서 ‘사랑가’, ‘이별가’까지의 1부와, ‘신연맞이’에서, ‘십장가’, ‘옥중가’를 거쳐 ‘어사출도’까지 도저하게 흐르는 2부로 구성되었다.
이난초 명창의 <춘향가> 음반을 거듭 들으면서 든 생각은 그 고급스러운 사설과 음악이 이난초 명창의 살아온 일생과 영낙없이 닮았다는 점이다. 이난초 명창이 한국전통음악에 발을 디딘지 50년이 훌쩍 넘었다. 반세기 동안 외롭고 험난한 국악을 올곧게 지켜오면서 격조있는 예술로 승화시켜왔다는 점에서 충분히 칭송을 받을만 하다. 이난초 명창의 소리 무대는 성실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난초 명창은 또박또박 소리를 이어가며, 어느 대목에서라도 요령을 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소리한다. 계면조의 짙은 남도색을 제대로 표현하는데, 애원성으로 질러내는 상청이 좋고, 서슬 있는 목으로 판을 휘어잡는 기량이 탁월하다. 그런가하면 중하성의 표현력도 뛰어나며, 이면에 맞는 우조를 구현하는 능력도 좋다. 판소리는 계면조와 우조가 서로 제대로 이면을 구사해서 판을 이끌어가는 성음놀음인 것이다. 이난초 명창의 목구성은 맑으면서도 상청에서의 시김새 구사가 특히 좋은데, 여류명창이 거침없이 고음을 질러낼 때, 관객은 그 노래에 빠져들어 전율하게 된다.
이난초 명창은 전남 지역의 국악 명가 집안이다. 광주시 <심청가> 인간문화재인 이임례 명창이 고모가 되고, 해남지역을 기반으로 활약하는 이수자 명인이 사촌 자매가 된다. 아쟁의 이태백 명인과 이은숙 명창, 그리고 피리의 이석주 명인은 사촌 동생이다. 그리고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임현빈 명창이 조카이니, 가히 국악명가로서 집안의 융성을 짐작할 만하다. 이난초 명창은 1980년 이래, 남원의 상징인 강도근 명창에게 소리를 배우고 이어받아 적통의 자리에 우뚝 서있다. 강직한 동편제 소리꾼인 강도근 명창에게서 <흥보가>를 비롯하여 <수궁가>, <적벽가> 등 판소리 모두 배워 익혔다. 거기에 더하여 성우향 명창에게서 김세종제 <춘향가>를, 안숙선 명창에게서 강산제 <심청가>를 배웠다. 동편제의 서슬과 보성소리의 섬세함을 동시에 갖춘, 두 계통 소리의 특장점을 온전히 계승하고 있는 명창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난초 명창은 1992년 남원 춘향제에서 판소리 명창부 장원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그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흥보가>, <수궁가>, <춘향가>, <심청가>를 완창한 바 있다. 그리고 2020년, 영광스럽게도 강도근 명창의 동편제 <흥보가>를 전승하는 국가지정 판소리 보유자로 선정되었다.
이난초 명창은, 2001년 프랑스 정부에서 초청한 여섯명의 판소리명창 가운데 한사람으로 파리에서 여섯시간 짜리 성우향제 <춘향가>를 완창했다. 그 이후 <춘향가> 완창 무대도 여러 차례가 되었다.
글: 유영대(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전)국악방송사장)
1.초앞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2. 적성가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3. 금이란 말씀 당치 않소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4, 춘향 내력 이르는 대목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5. 방자 춘향 집 가르키는 대목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6. 천자 뒷풀이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7. 퇴령소리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8. 동벽을바라보며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9. 만첩청산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10사랑가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11. 이별차 나가는 대목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12.이별가 초두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13.오리정 이별대목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14.내행차 나가는 대목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15.향단으게 붙들리어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16.신연맞이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17.기생점고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18행수기생 나가는 대목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19.갈까부다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20.돈타령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21.사령뒤를 따라가는 대목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22.십장가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23.남원 한량들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24.옥중가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25.쑥대머리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26.과거장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27.어사행장 채리는 대목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28농부가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29.방자 편지 전하는 대목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30.박석치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31.춘향모친 비는 대목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32.어사상봉 대목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33.들었던 촛불을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34.초경이경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35.옥중상봉 대목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36.본관 생일잔치 대목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37.어사출도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38.사정이 옥쇠를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39.춘향 상봉 대목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40.그때의 어사또는 소리- 이난초, 고수- 이태백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