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렴풋이 꽃망울이 피어나는 것을 보며 완연한 봄이 온다고 이야기한다.
섧게도 올라온 꽃망울들이 흐드러지도록 피어나는 순간을 맞이할 때가 되었으나 아직 내겐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어슴푸레 꽃잎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때면 밖으로 나가 꽃잎을 주워 손에 쥐고선 희뿌옇게 푸른 새벽안개를 입김을 휘이 불어 녹여내고선 그렇게 모은 꽃잎들을 손가락으로 집어보며 세어본다. 끝부분을 엮어 이어 붙이자. 햇살을 발라 이어 붙이자.
그렇게 만들어 낸 꽃을 벽에 걸어놓자. 다음 봄이 스며들 때까지 꽃으로 남겨두자.
내가 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될 때까지 그때까지만 벽에 꽃을 걸어놓기로 하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