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큰한 봄이 지나
계절은 여름으로 고개를 돌린다.
쉬이 겁을 먹지는 마
조금 물을 먹은 것뿐이야
소나기가 물을 한 움큼 쥐어짜고 나면 그뿐인 걸
그렇게 유월이 되어
우리는 조금 더 짙어진 공기를 마실 뿐이야
눅눅한 벽면을 손톱으로 긁어내면 이내 흐믈흐믈 녹아버리고 말 텐데
발밑으로 빗방울이 흐르는 날에는 빗소리로 눈을 가려야 해
어떤 슬픔과 우울이 이명처럼 귀에 어른거리는 날에는
푸른 날의 물결에 실어 보내야 해
쉬이 겁을 먹지는 마
조금 물을 먹은 것뿐이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