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번의 밤을 스쳐보냈지만 눈을 감은 적이 없다.
눈을 제아무리 짓눌러 감아도 잠에 들어본 적이 없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냐니, 그걸 물어보는 네게 나는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까.
조금은 떨떠름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어루만지다 이내 다시 삼키고야 마는,
눈동자 깊숙이 새빨간 루비를 품고 있었던 네 눈이 탁한 잿빛으로 변해있을 즘에야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너를 귀애하여 아무리 해도 솔직해질 수가 없구나.
누런 때가 가득 낀 허물을 벗어 보이며 모나고 각진 것들을 보여준다면 어떨까.
이런 생각들은 도리어 죄가 되었고 다시 허물을 만들고 또다시 허물 속에 스며들어 연명하게 되고 만다.
이번 밤은 유달리 시리도록 파랗구나.
이런 밤에은 조금은 실수해도 용서해 주지 않을까.
조금씩 덧나는 것들을 내게 주겠니.
아주 조금만 베어 물게 해주진 않겠니.
입안에서 흉측하게 부패해버리는 것들을 내게 주길 바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