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이 달아올라 뺨이 붉게 물들던 날
발밑에 채이는 풀을 짓이기고 에메랄드 빛이 스며든 물을 들어 올린 채
"모든 게 녹아 흘러내렸으면 좋겠어. 별들도 은하수도 전부"
푸른빛에 눈이 시린 날에는 왜 마음이 시큰거리는 거야?
식음(食飮)을 전폐(全廢)하고 눈에 스치는 모든 것이 구역질을 유도하는 것까지
불투명한 것들은 하나같이 거짓말처럼 시리고 아파서 조금씩 이울고 있어
조금은 축축한 언어를 구사해줘
이제 곧 해가 저물고 빛이 기울어져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는 동안 발에 채일 수 있는 축축한 언어를 내뱉어줘
늦여름 푸른 밤을 맞으며 하늘로 쏘아보냈던 불꽃하나
가차 없이 풀숲을 꺾어대던 그 여름날
젖은 풀꽃 위를 타고 흘러내린 그 불꽃..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