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이야 그림자가 길게 늘어질 동안 내게 네 뺨을 주지 않겠니
얇게 수놓은 이불을 머리까지 끌어당기고는
잘게 부서진 조각처럼 차가운 숨을 내쉬며
조각조각 파편난 소음을 감싸 안아 빚어진 침묵을 들이마시고 다시 뱉어
"너는 마치 저녁 안개 같아"
불그스름한 목덜미 뒤로 감춰놓은 나약함 때문일까
네 무게를 지탱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워 보이는구나
네 빛이 부서져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서 눈물을 머금었던 적이 있어
너는 울지 않았지만 나는 불안을 귀애하여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그 모습을 들키기 싫어 깊은 곳에 허물을 남겨두고 와
이런 마음을 가지는 건 죄가 될까
너무 일찍 겨울이 와버렸어
조금 높아진 공기를 들이마시고는
진물이 베어나도록 상처를 눌러 쥔 채
펜촉을 끼우고는 보내지 못할 편지에 잉크를 새겨 넣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