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침묵을 피하고 싶다는 단지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
문장과 문장, 낱말과 낱말 사이의 간격 속에 머무는 것이 두럽다며
언제나 여지를 남길 틈 없는 긴 언어를 구사하고는 하였다.
자간과 행간 사이의 틈 사이로 무뎌지는 것은 또 얼마나 다행스러운 병증이냐며
가시 돋은 빽빽한 글자로 위장을 가득 채우고는,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너는 또다시 깊은 배앓이를 할 테지.
귓등을 태치며 올라오는 캑캑거리는 소리
소화하지 못해 참지 못한 구토와 울분을 토해내며 점점 차고 올라오는 습기에 호흡이 삼켜져
뱃가죽 속을 헤집으며 도리어 폐를 헤집고 들어와 사방이 헐떡이는 가쁜 숨으로 뒤덮일 때,
그제서야 비로소 네 아가미가 쓰라리기 시작하겠지.
너는 그것은 혹독한 일이라며,
시든 꽃처럼 창백해진 얼굴로 죽어도 기이한 형태로 부패하고 싶지만은 않다며
제발 자신의 아가미를 허물어달라며 속삭이는 네게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까.
촘촘하게 엮어진 조직 사이로 허물어지며 무력하게 일렁이며 녹아 흐르는
곧이어 이 모든 것을 미화시키고야 마는
그 혀를 조금씩 깎아내어 만든 붉은빛과 그 속을 비집고 새어 나오는 비린내를,
나는 시력이 남아 있는 한 보아야 하고, 후각이 상실되지 않는 한 맡아야 한다.
이러한 일을 조탁하는 일 따위는 폐부를 뒤집는 듯한 느낌과 같아
내가 너의 부탁을 들어주게 되는 날은 영영 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내게는 네 생을 맡아줄 자격이 없구나.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너를 살짝 베어 무는 것 정도가 전부라
심장이 뒤틀리는 네게 해줄 수 있는 말이라고는,
"조금만 깊게 베어 물어도 되겠니..?"
이러한 물음은 네가 아닌 내 속부터 차근차근 갉아먹기 시작할 것이며,
결국 우리는 같이 뒤척이며 부패해버리고 말 거야.
우리는 위태롭게 휘어지고, 치가 떨릴 만큼 아름다운 종말이라며 뒤틀리는 계절을 맞이하겠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