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엘튼정은 그동안 ‘첫사랑의 장례식’ 등 3권의 시집을 발표한 이후 SNS등을 통해 팬들과의 만남을 지속해 오던 중 ‘엘튼정의 시들이 음악으로 발표되면 좋겠다’ 는 팬들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여 작곡가를 물색했으나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의외로 자주 가던 대포집 근처에서 정단의 음악 스튜디오를 발견하게 되면서 둘의 콜라보가 성사되었다.
한편 작곡 편곡을 맡은 ‘정단’은 “엘튼정 형님과의 만남은 정말 엉뚱한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시를 노래로 발표하는 것은 좀처럼 흔한 일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시를 읽어보고 나서 일단 너무 마음에 들어서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평소 유머러스한 캐릭터와 작품들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다섯편의 시를 고르고 일주일만에 모든 곡을 작곡했습니다. 뭔가 둘의 궁합이 맞았던 것 같아요.” 라고 둘의 만남을 회고했다.
이 앨범은 총 다섯편의 시가 레게, 스카, 트롯트, Rock, 발라드, 판소리풍 등 다양한 음악 스타일로 편곡되어 수록되었다. 그에 따라 참여 가수들의 면모도 각양각색이다. 간단히 살펴보자.
우선 시 ‘가을 여자’ 는 ‘이런 된장 짜장 꼬추장 (Feat. 정단)’ 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어 레게 스타일로 편곡해 정단의 목소리로 1번 트랙에 수록되었다. 정단은 이 곡에서 베이스를 입으로 연주하는 재밌는 시도를 하기도 했는데 정단 특유의 지극히 어쿠스틱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2번 트랙 ‘눈치 없는 옵빠야 (Feat. 신나라)’ 는 ‘손만 잡게 해 돌라꼬 애원하던 옵빠야’ 라는 원제목의 시를 노래로 만든 것. 최근 종영된 화제의 티비 프로그램 ‘미스트롯’에서 본인이 작사, 작곡한 곡으로 섹시하면서도 독특한 무대를 선보인 서울예대 출신의 트롯 가수 ‘신나라’ 가 노래를 맡았다. 드럼, 베이스, Brass 파트 등 모든 악기가 리얼 연주로 녹음된 정통 트롯트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3번 트랙 ‘첫사랑의 장례식’ 은 시인의 대표시인 만큼 본인이 직접 노래해 수록했다. 1950년대풍 뉴욕의 재즈스타일로 편곡되었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하게 하는 시인의 목소리도 일품이지만 국내 최고의 연주자 ‘이한진’ 의 트롬본 소리와 입으로 연주한 정단의 베이스 소리도 듣는 재미를 더해준다.
4번 트랙 ‘아! 나쁜 바람~ (Rock Ver.) (Feat. 정단)' 은 원제목 ’상남자를 삼켜버린 바람‘을 어쿠스틱한 Rock으로 편곡해서 정단이 노래했다.
대금 연주로 시작하는 5번 트랙 ‘옥아! 내한테 침 발라놓고 어데간노 (Feat. 최민종)’ 은 국악풍으로 편곡되었다. 단국대에서 판소리를 전공하고 여러 극 작품 등을 연출한 ‘최민종’이 보컬과 북 연주를 맡았다. 흔히 판소리풍이라고 하면 전라도 사투리를 연상하지만 이 곡은 경상도 사투리로 그와 같은 노래를 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7번 트랙의 ‘눈치 없는 옵빠야 (Feat. 자미아)’ 는 식민지 시대 장마당 스타일의 트롯트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편곡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시를 노래로 발표하는 시도들은 계속해서 있어왔다. 하지만 문학과 음악의 엄연한 표현 방식의 차이로 인해 자연스러운 어울림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님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일부 시의 문구를 바꾸어 음악을 만드는 경우도 자주 있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엘튼정의 음반은 음반의 제목처럼 시의 문장이 전혀 훼손되지 않고 지극히 자연스럽게 노래가 되었다. 동시에 여러 편의 시가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으로 탄생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 음반을 감상한다면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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