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평조회상은 국악전공자들의 첫 관문으로서 널리 연주되는 ‘입문으로서의 악곡’이자, 지속적 수련과 기량연마를 위하여 반드시 곁에 두고 연주함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는 ‘수양으로서의 악곡’이라는 양면성을 지닌다. 따라서 평조회상은 ‘이이불이 난이불난(易而不易 難而不難)’의 음악이라 할 수 있겠으며, 정악에서 평조회상이 갖는 보편성과 특수성은 실로 지대하다 하겠다.
평조회상은 하현도드리가 생략된 8곡, 즉 상영산⋅중영산⋅세영산⋅가락덜이⋅삼현도드리⋅염불도드리⋅타령⋅군악의 구성이다. 상영산부터 점차 빨라져서 염불도드리에서 정점(頂點)을 이루다가 타령부터 거뜬하게 풀어내어 군악으로 종결하는 구조로 ‘기경결해(起景結解)’의 미(美)가 돋보인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각 구성 곡들의 선율과 장단이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어 형식미 또한 갖추고 있다.
천년만세는 계면가락도드리・양청도드리・우조가락도드리의 3곡으로, 풍류방의 율객들은 흔히 영산회상 연주로 음악을 그치지 않고 천년만세를 이어서 연주하였다. 천년만세는 당악인 보허자가 향악화되는 과정에서 파생되었거나 혹은 그러한 계열로 추정하는 음악으로, 영산회상의 마지막 곡인 군악에 뒤이어 연주하는 느림-빠름-느림으로 구조화된 음악인데 일부 지방에서는 이 3곡을 뒤에 붙는 풍류라 하여 ‘뒤풍류’라 칭(稱)하기도 한다.
평조회상의 악기 구성은 일반적으로 가야금, 거문고, 대금, 향피리, 해금, 아쟁, 소금, 장구, 좌고, 박으로 편성되는데, 줄풍류로 연주할 경우에는 아쟁, 소금, 좌고, 박을 덜어내고 양금과 단소를 추가하며, 향피리 대신 세피리를 사용하여 단수(單數)로 편성한다. 이를 ‘취태평지곡’이라 따로 칭하는데, 여기에 생황을 더하면 율객들이 향유하던 풍류방의 평조회상에 근접해지므로, 본 연주에서는 생황을 포함한 평조회상의 연주를 줄풍류로 선보인다. 다만 평조회상의 음향적 다양성을 표출하기 위해 상영산부터 중영산까지는 세피리와 단소 대신 향피리와 소금을 편성하였고, 세영산부터는 기존의 평조회상보다 빠른 한배로 구성하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