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김용진)는 언젠가 록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할 날을 꿈꾸며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했고, 킴벌리(고대연)는 유명한 기타리스트를 꿈꾸며 클래식 기타를 연주했다. 피터는 대학을 두 번 졸업했는데, 한 번은 인문학을 다른 한 번은 자연과학을 전공했다. 그러는 와중에 출판사를 차리고 잡지와 단행본을 만들기 시작했다. 킴벌리는 제대 후 중국에서 2년간 머물렀다. 돌아와서는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했다. 그러는 와중에 그들은 단 한 번도 기타를 잊지 않았다.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 H.기타쿠스는 그런 두 사람이 결성한 밴드이다.
■ 클래식과 어쿠스틱의 만남
두 사람은 지리산에서 만났다. 같은 학과 선후배인 두 사람은 산에서 진행된 수업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서로를 발견했다. 피터는 어쿠스틱 기타를, 킴벌리는 클래식 기타를 연주했다. 두 개의 기타를 함께 연주하는 것의 가능성을 발견한 피터는 킴벌리와 함께 하는 밴드를 떠올렸고, 휴가를 나온 군인 킴벌리가 피터의 사무실에서 다른 약속도 미뤄가며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
■ 색다른 시도, EP북
싱글앨범과 정규앨범의 중간 형태인 EP와, 수록된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 결합된 ‘EP북’은 H.기타쿠스가 시도하는 색다른 형태의 작업물이다. 피터와 킴벌리가 만든 노래를 CD에 담았고, 음악과 관련된 손글씨, 소설, 사진 등이 책에 담겨있다. EP북의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한 “기타의 붐이 온다”라는 글은 시리즈로 수록되었는데, 한국형 아동 판타지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은 의 작가 김혜진과 ‘현실과 환상 사이, 호흡의 여백’으로 2006년 경향 신인작가상 문화평론 부문에 당선된 평론가 고대권이 각각 다른 글로 기꺼이 품을 내주었다. 북의 내용은 CD에 수록된 곡의 순서에 따라 담겨져 있다. 음악을 들으면서 곡의 가사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함께 넘길 수 있다.
■ 깊은 밤, 단잠에 빠지는 순간에 들리는 듯, “보다 사랑해”
앨범에는 총 7곡이 수록되어 있다. ‘네 안의 소리를 들어봐’에서는 “가장 필요한 걸 가장 생각이 나는 걸 지금 하고 있는지”라고 묻는다. 드디어 기타를 메고 마이크 앞에 선 이들의 굳은 의지가 느껴진다. 그리고 “언제나 나를 웃게 해줬었던 너는 이제 없지만 it's too far”(‘멀어’)라고, “반송 되어온 나의 마음”(‘반송’)을 노래한다. 쓸쓸하다. 그렇지만 “그렇게 취해도 좋아 그렇게 잊을 수만 있다면 널, 그렇게 노래해도 좋아 너의 외로움이 사라진다면”(’취한달‘)이라며 위로한다. 그렇지만 “너에게 오늘 밤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이렇게 창을 열고 조그맣게 편지를 써. 김치찌개보다 된장찌개보다 떡볶이보다 널 사랑해”(‘보다 사랑해’)라고 수줍게 고백한다. 맑은 가사를 머금은 고요한 듯 잔잔한 목소리는 잠들기 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연인의 굿나잇 인사를 떠올리게 한다.
■ “기타의 붐이 온다”
EP북은 시리즈로 계속해서 이어질 예정이다. 올해로 창간 10주년을 맞이한 격월간 문화잡지 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H.기타쿠스는 싱클레어를 통해 음악을 만드는 개인 작업자들을 만나고 있는데, 스웨덴과 일본 출신의 뮤지션과 함께 그들의 작품을 바탕으로 EP북을 순차적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국적이 서로 다른 뮤지션들과 함께 그룹을 결성, 전 세계를 돌며 길거리를 무대로 공연을 하는 것이 기타의 붐을 꿈꾸는 H.기타쿠스의 궁극적인 바람이기도 하다.
■ 북 차례
01. Lucky13_소설처럼
02.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할 일들
03. 복귀하다
04. 옥상이 있는 집
05. 기타의 붐이 온다 ①
06. 소설처럼 : 타인의 삶
07. 기타의 붐이 온다 ② by 김혜진
08. 연애엽서
09. 기타의 붐이 온다 ③ by 고대권
10. 소설처럼 : 토키
11. 아내 하나 아이 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