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찾아올 그 겨울을 위해 부르는 자기 연민과 성찰의 노래.
Tellement 의 12개월 연작 중 첫 번째 “Winter's Hedgehog” 발매!
일 년의 시작은 봄이다. 하지만 얄궂게도 새해가 시작되는 1월은 지난해가 끝나는 12월과 마찬가지로 겨울이다. 덕분에 새해가 시작돼도 우리는 시작하지 못하는 지도 모르겠다.
음악 집단 Tellement의 첫 번째 앨범 Winter's Hedgehog 은 1년 12개월의 매 달을 테마로 하는 프로젝트의 첫 번째, 즉 1월 – 겨울의 한 가운데 - 에 관한 음반이다.
1월이라는 주제 앞에 Tellement의 구성원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
뭐랄까, 일기장에 적어 놓은 글에 멜로디를 붙인 듯 한 곡들의 연속이다.
하지만 감정 과잉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솔직한 가사와, 그냥 흘려 듣기에는 지나치게 아름다운 선율은 이 음반이 그저 자기 위안에서 멈추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아마도) 의도된 정제되지 않은 단어들과 절제된 사운드 구성, 객원 보컬 류혜림의 서늘한 목소리는 음반을 듣는 동안 청자를 Tellement의 의도 대로 1월 한 복판에 서 있게 한다.
달리 비교하자면 술자리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넋두리를 듣는 느낌과 비슷하다. 이해를 구하는 것도 아니고 딱히 어떻게 할 이야기도 아니다. 그냥 그랬던 개인사. 다만 조용히 들어주기만 하면 되는 그런 것들.
하지만 술자리가 대게 그렇듯 끝날 때쯤에는 이야기 자체는 기억나지 않아도 감정만은 묘하게 전달되기 마련인지라 마지막 트랙 고사목 까지 듣고 나면 그래, Tellement 멤버들의 1월에 대한 감정이 무엇인지 어쩐지 알 것 같은, 그런 것이다.
결국은 공감이겠다.
그런 이유로, 지난 겨울 무언가 잃어버린 것만 같다면 이 음반을 들어보기를 권한다.
무엇을 잃었는지 알려주지는 못하겠지만 무언가 잃은 사람이 나만이 아님을 알려줄 것이다.
멜로디는 배경으로 전락하고, 감정도 팔릴 만 해야 노래가 되는 세상이다. Tellement 는 자신들의 거창한 프로젝트를 시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렇듯 지극히 개인적인 정서의 음악들로 시작했다. 부디 그들의 프로젝트가 마지막까지 진행되어 언젠가 12월 음반이 꼭 나오길 바란다.
지금의 겨울과 그 때의 겨울을 비교하는 건 꽤나 멋진 즐거움일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