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곡 “축의금은 3만원”은 이러한 전형에 충실한 곡이다. 다시 말해 이 바닥에서 성공 공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 키치주의에 충실하게 구성해 낸 찌질이들에게 보내는 자학적인 연가다. 영롱한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에 맞춰 무덤덤하게 노래하는 이 곡은 회사원 안대리의 송라이팅 능력이 분명 진일보했음을 확인시켜주면서 긍정적 에너지는 흥겨운 멜로디 라인에 담겨 “초비와 함께”로 이어진다. 음반의 전반부가 일상에 대한 노래라면 “디셈버(December)”부터는 평범한 사랑 노래의 시작일 수 있는 곡들로 분위기는 전환된다. 긴박감을 조성하기 위해 채택한 표현 방식으로의 보컬은 절박하게 내지르고 키타코드는 불안한 무드로 잘게잘게 분절되면서 임팩트 있게 전달된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짝사랑”을 지나 “그래비티(Gravity)”까지 이어진다. 여기서 회사원 안대리는 여느 위대한 선배들이 그러했듯 어쿠스틱 기타가 보완되어야 할 대상이라 판단한 듯한 인상을 받는다. 분명 이러한 무드전환점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가 추구하는 의도는 일종의 모순이지만, 어쿠스틱 기타가 가진 단선적인 영롱함을 직선적으로 살리려한 그의 시도는 긍정적으로도 볼 수 있다. 이는 초반부에 지배적으로 깔려있는 포크의 평범한 정서가 기타 노이즈에 대한 집착으로 급변하지만 결코 이질적이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도는 혼자만의 독백과도 같으면서 정갈한 가사가 단조롭다는 인상은 사라지고 청자로 하여금 감정선을 낚아채는 명로한 훅을 “공기는 무겁고”에 담아내며 완성된다.
결론적으로, 회사원 안대리의 기타 인스투르멘털을 채택했던 데뷔 앨범의 지배적 정서였던 ‘좋았던 시절의 동아기획 사단’풍의 아우라는 더 이상 묻어 나오지 않는다. 그는 로파이 인디포크에 대한 지향점을 추구하면서 그 전통적인 스타일을 일렉기타의 노이즈로 변주해버렸지만 그 속에 녹아있는 서정성은 여전히 전통에 뿌리를 박고 있다. 그리고 형식을 만들어냄에 있어 현학적으로 어프로치 하기보다는 미니멀하고 섬세한 핑거 피킹 기타음의 새로운 스타일을 완성하며 한국식 보니 프린스 빌리(Bonnie ‘Prince’ Billy) 같은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냈다. 위대했던 싱어송라이터들의 스테레오타입이라는 것들이 이런 식으로 복제되고 진화 되었듯이 말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