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정통 테크노 클럽 101의 후신인 Groove에서 디제잉을 시작한 구루는 초기 파티 프로모션 이너테크의 애프터 파티 전문 디제이로 그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던 구루는 각종 록 장르를 섭렵하면서 영국의 매드체스터, UK 사운드에 빠졌고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 류의 펑크를 즐겨 듣던 감성을 바탕으로 고등학교 시절 소닉 유스(Sonic Youth), 라디오헤드, 피쉬먼즈(Fishmans)와 같은 밴드의 스타일을 연주하는 밴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2001년 청담동의 S Bar에서 레지던트로 활동하며 라운지, 다운템포 외 제 3세계 음악에 대한 감각을 키운 구루는 클럽 Groove에서 크림 앤 콕(Cream & Coke)을 거쳐 다시 태어난 클럽 카고(Cargo)에서 레지던시를 계속 진행했다.
디제이 구루는 영국 고유의 UK 사운드에 현재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일렉트로와 뉴 스쿨 브레잌비트(Nu-Breaks), 그리고 하우스를 접목한 스타일로 그만의 고유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때로는 싸이 트랜스와 드럼 앤 베이스까지! 다양한 장르를 골고루 섭렵해 온 그의 음악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나올 수 있는 결과라 할 수 있다.
클럽 카고의 간판이자 메인 디제이로 그가 무대에서 보여주는 폭발적인 흡입력은 국내 뿐만 아니라 홍대의 클럽을 즐겨 찾는 해외의 클러버들에게도 작용해 왔다.
영국의 전설적인 프로듀서 LTJ Bukem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떠오른 아시아의 신예 마코토(Makoto)의 한국 투어, 세계 정상의 턴테이블리스트 디제이 크러쉬(DJ Krush), 인기 하우스 프로듀서 토와 테이(Towa Tei), 미국 브레잌비트의 최고봉 크리스탈 메소드(The Crystal Method)외 수 많은 유명 아티스트들과 무대에 올라 그 실력을 인정받은 디제이 구루는 지난 2006년 1월 시부야의 유명 클럽 유닛(Unit)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마쳤다.
DJing Vs. Producing
디제잉과 프로듀싱은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강렬한 댄스 플로어 위주의 곡으로 관중과의 교감을 끌어내야 하는 디제잉에 비해 프로듀싱은 아티스트가 평소에 무대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펼칠 수 있는 무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니까.
디제잉 만으로는 자신의 영역을 넓힐 수 없다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간파한 디제이 구루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독학으로 프로듀싱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BT, 제임스 자빌라(James Zabiela), 리치 호틴(Richie Hawtin)과 같은 아티스트들이 애용하는 소프트웨어인 에이블튼 라이브(Ableton Live)의 활용법을 공부한 구루는 꾸준히 부틀렉 리믹스들을 제작해 왔고 종종 무대에서 자신의 리믹스를 플레이 해 대중의 반응을 지켜봤다.
2005년 11월 인디 밴드 푸른새벽의 ‘호접지몽’을 리믹스한 디제이 구루는 파스텔 뮤직에게 프로젝트 앨범 제의를 한다. 그 동안 작업해 왔던 구루 자신의 곡과 리믹스를 한꺼번에 모은 앨범으로 EP와 리믹스 앨범을 제안한 파스텔 뮤직은 허밍 어반 스테레오, 올드피쉬, 미스티 블루 등 국내 유수 인디 밴드의 양성은 물론 해외 일렉트로니카, 힙합, 인디 전문 수입 사로도 잘 알려져 있는 레이블이기도 하다.
This is my ‘Address’.
[Address]는 디제이 구루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보컬 위주의 트랙이 주를 이루며 댄스 플로어용 트랙과 감상용 넘버가 적절히 조합되어 있는 앨범으로, 밝고 해맑은 분위기와 동시에 감성적이고 우울한 정서를 표출하고 있어 마치 사계절의 분위기를 그려낸 것 같이 들린다.
잔잔한 멜로디에 경쾌한 브레잌비트를 덧붙인 오프닝 넘버 ‘Hikin’은 기분 좋은 꿈을 꾸는 듯한 밝은 트랙으로 ‘Everyday Trouble’에서 한층 그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Hikin’에 참여한 여성 보컬리스트 노노리나(Nonolina)는 이승환의 드림팩토리를 통해 데뷔한 바 있는 신인 가수.
‘Everyday Trouble’은 해파리 소년의 곡을 리믹스 한 것으로 드림 팝 밴드와 같은 청아한 보컬에 강렬한 비트와 아기자기한 신서사이저 멜로디를 입힌 트랙으로 앨범의 후반부에 자리잡고 있는 올드피쉬의 ‘뚜뚜뚜’ 리믹스와 비교해서 들어볼 만하다. 찰랑찰랑한 기타와 신서사이저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댄스 넘버 ‘뚜뚜뚜’는 ‘Everyday Trouble’과 마찬가지로 해맑은 분위기를 주도해 간다.
구루의 전형적인 디제잉 스타일을 표현한 ‘Y’와 ‘Love Story’는 시원시원한 비트 위에 얹은 일렉트로닉 기타 사운드와 귀를 휘감고 들어오는 강렬한 멜로디가 현재 영국의 차세대 사운드로 대표되는 뉴 브레잌비트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넘버.
노노리나를 피쳐링한 발랄한 미드 템포의 ‘Safari Moon’ 에 이어지는 ‘Spiral Parallel’은 아방가르드한 재즈와 록, 그리고 일렉트로닉을 혼합한 곡으로 디제이 구루 자신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만든 실험적인 트랙이다.
미스티 블루의 ‘날씨 맑음’의 훵키하면서 드립팝스러운 리믹스와 앞서 설명한 올드 피쉬의 ‘뚜뚜뚜’를 지나 앨범은 후반부로 달하면서 음울하면서도 감성적인 모드로 변화한다.
서정적인 기타 멜로디가 인상적인 ‘X_x’는 라디오헤드(Radiohead)류의 우울한 영국식 정서를 표현한 것 같다고 할까. 이 앨범에서 가장 감성적인 어필을 시도한 아름다운 연주 곡으로 볼 수 있겠다.
따뜻한 봄날 정원에서 즐기는 휴식을 듯 나른한 분위기의 다운템포 ‘호접지몽’에 이어 앨범의 엔딩 곡으로 자리잡은 ‘196004161459’은 앰비언트와 칠아웃, 다운템포의 장점을 모두 갖춘 곡이다. 우울하지만 아름다운 멜로디와 이펙트의 구성이 앨범의 전체적인 경쾌함을 차분하게 마무리 지어 주는 훌륭한 감상용 트랙이다.
[Address]는 디제이 구루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스펙을 마음껏 펼친 데뷔 앨범이다. 아직 해외의 유수 프로듀서의 작품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