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y-listening》은 이번 여름을 조금 더 가볍게 지나가기 위해 만든 아홉 곡의 록 앨범이다. 강한 햇빛과 늦은 오후의 바람, 아무 목적 없이 걷던 거리와 집으로 돌아가는 밤버스처럼, 익숙하지만 쉽게 붙잡히지 않는 여름의 순간들을 담았다.
앨범 제목처럼 이번 음악은 편안하고 청량하게 흘러간다. 밝게 울리는 기타와 단순한 리듬,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목소리들은 무언가를 과도하게 설명하기보다 한 장면의 공기와 온도를 남긴다. 하지만 이 음악의 편안함은 아무 걱정도 없는 사람의 평온함과는 조금 다르다. 틀린 리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텅 빈 주머니를 가진 사람들, 밤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버스에 올라탄 사람들의 마음이 그 안에 함께 흐르고 있다.
2031년, 분리된 한반도의 중간 지대 ‘미들코리아’. 후아힌은 여전히 그곳에서 음악을 만든다. 거대한 사건이나 영웅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그 세계를 살아가는 평범한 젊은이들의 생일, 관계, 이동, 실수와 반복을 노래한다. 미들코리아의 여름 역시 우리의 여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매일과 매일 밤이 이어지고,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돌아오며, 모든 것이 원래 그런 것처럼 흘러간다.
‘everyday everynight’에서 시작된 앨범은 ‘틀린 리듬’, ‘BIRTHDAY’, ‘Ghost-Breeze’를 지나 한여름 밤의 버스와 과속하는 마음, 비어 있는 주머니 속을 통과한다. 그리고 마지막 곡 ‘more than nice’에 도착했을 때, 후아힌은 단순히 기분 좋은 음악 이상의 것을 남긴다.
《easy-listening》은 쉽게 들을 수 있지만,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 앨범이다.
한 계절이 지나간 뒤에도 문득 생각나는 바람처럼, 후아힌은 이번 여름의 작은 기억들을 아홉 곡 안에 기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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