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온의 ‘No Way Out’에는 MC 메타의 “홍대 신촌서 인천, 그다음은”이라는 가사가 담겨 있다. 이는 ‘홍대에서 신촌까지 깔아놓은 힙합 리듬’으로 상징되던 한국 힙합의 시작과, 지금 인천에 이르기까지 흘러온 시간의 기록이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한국 힙합은 수많은 변화를 겪었고, 그 중심에는 늘 가리온이 있었다. 긴 공백도 있었지만 힙합을 떠난 적은 없었다. MC 메타와 나찰은 계속 가사를 쓰고 음악을 고민하며 자신들만의 시간을 축적해왔다.
이번 4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All Tracks Produced by MC 메타’라는 크레디트다. 해외와 국내의 다양한 프로듀서들과 작업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MC 메타는 가리온의 출발점으로 돌아가 직접 모든 비트를 만들었다. 이는 데뷔 이전부터 비트를 만들던 자신의 원점으로의 회귀이기도 하다.
앨범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Vintage’다. 재지한 힙합 비트와 리얼 악기 연주가 어우러진 사운드는 화려한 유행보다 오래 들을수록 깊어지는 음악을 지향한다. 오랜 시간 함께한 연주자들과 완성한 사운드는 자연스럽게 두 멤버가 살아온 세월을 담아낸다.
3분이 채 되지 않는 곡 길이와 한 번씩만 이어지는 버스(verse)는 현재의 음악 환경에 대한 가리온의 응답이자 실험이다. 불필요한 말을 덜어낸 만큼 가사는 더욱 정제되었고, 즉흥적으로 만든 훅은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이제 평균 50대가 된 두 멤버는 누군가를 과시하거나 혐오하지 않는다. 대신 삶과 시간, 현실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한국 힙합의 시작을 함께했던 가리온이기에 가능한 시선이다. 특히 오랜 동료 서재민(saatan)을 추모하는 ‘j에게’에서 ‘time of my life’로 이어지는 흐름은 긴 시간을 살아온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울림을 전한다.
그래서 가리온의 4집은 단순한 힙합 앨범이 아니라, 세월을 품은 ‘어른의 힙합’이다.
(김학선/대중음악평론가)
[가리온 4] TRACK LIST
01. Victim
02. No Way Out
03. Raindrops
04. 프슈프슈 (Pshhh Pshhh)
05. Routine
06. Lita (Love Is in The Air)
07. j에게 (To j)
08. Time of My Life
09. Vintage
10. Like Dat
11. Rawtyp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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