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미츠의 [라비린토스]는 제목 그대로 미궁을 소재로 한 곡이다. 그러나 이 미궁은 그리스 신화의 괴물을 가두는 장치가 아니라, 현대인이 괴물과 함께 살아야 하는 일상의 구조 그 자체를 말한다.
입시부터 취업, 주거, 인간관계까지 우리는 스스로 만들지도 않은 구조 안에서 출구를 찾아 헤맨다. 길은 무수히 많지만 방향은 보이지 않고, 모두가 같은 곳을 맴돌며 탈출구가 있다고 믿는다.
히미츠는 이러한 현대인의 실존적 고민을 그리스 신화의 미궁과 결합시켜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미궁 속에 도사린 미노타우로스는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실패에 대한 공포, 사회적 낙인, 번아웃, 자기혐오를 상징하는 존재로, 언제든 우리를 집어삼킬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디어에 등장하는 청년 성공담들은 당신도 테세우스 같은 영웅이 될 수 있다고 속삭인다. 이런 서사에 이끌려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어 미궁에 뛰어들지만, 곧 성공이란 영웅 혼자만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히미츠의 노래에선 단순한 위로나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미궁 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희망과 연대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겠지만 출구부터 역추적해 나간 아리아드네의 실처럼, 히미츠는 이 안에서 자기만의 실타래를 찾을거라는 믿음을 계속 노래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