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장기하〉 공연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단어는 ‘몰입’입니다. 몇 년 전부터 디제잉을 좀 배워봤어요. 가끔 디제이들이 이끄는 파티에 가서 놀기도 했고요. 노련한 디제이가 음악을 두어 시간 동안 이어붙이면, 그건 단순한 플레이리스트가 아닌 하나의 독자적인 작품이 됩니다. 그 고유의 기승전결은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을 몰입으로 이끌죠. 그런 방식을 제 공연에도 써보고 싶었어요. 디제이들이 하는 것처럼, 앞곡과 뒷곡이 물 흐르듯 연결되게 편곡을 했어요. 셋리스트의 대부분인 스물두 곡을 연주하는 동안, 음악을 끊고 박수를 받는 일은 없었죠. 결과는 대만족이었어요. 플레이리스트가 아닌 독자적인 작품. 고유의 기승전결. 그리고 무엇보다, 몰입. 저는 이 공연이 여태까지 제가 한 공연 중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무대 위 동료들의 표정이, 그리고 객석에서 함께한 여러분의 목소리가, 그게 저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라는 걸 매 순간 말해주고 있었어요.
사실 저는 공연이 기억 속에만 남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도 라이브 앨범을 내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죠. 소속사에서 저희의 연습을 참관한 후에, 이 공연은 꼭 기록으로 남기자고 제안해 주셨어요. 완성된 음반을 들으니, 그 제안이 얼마나 고마운 것이었는지 알게 되네요. 소중한 추억이 음반에 담겼습니다. 얼른 여러분과 함께 듣고 싶네요. 그리고 얼른, 무대에 서고 싶네요. 곧 만나요.
장기하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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