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린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볼 뿐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정제'의 세 번째 정규 앨범 [Amber Lake]는 그 세상의 풍경을 담는다. 때로는 '길을 잃고 헤매며' 오열하던 기억에 잠기고, '생각을 비워낸' 후에야 찾아오는 낯선 고요함에 머리를 부여잡기도 한다. 말이 아니면 이해하지 못했던 과거와, 너무 가까워 멀어졌는지도 모를 관계의 거리감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이내 노래는 '비가 내려도 막을 수 없다'고, '다쳐도 다시 일어나겠다'고 말한다. 나의 '그림자에 이불을 덮어주던' 사소한 온기를 기억해내기 때문이다. 거창한 희망이 아닌, 오늘의 슬픔을 간직한 채 내일로 나아가는 최소한의 용기. 그것이 정제가 말하는 허무 속에서의 전진이다.
전작의 전자음을 덜어내고 더욱 깊어진 사운드로 채워진 이번 앨범이, 뒤죽박죽인 당신의 현실을 정리하는 작은 시작이 되기를. 화려한 위로 대신, 당신의 적막한 공간에 조용히 스며들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