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전통 사물놀이 악기가 지닌 고유한 물성과 정서를 기반으로, 전자적 사운드와의 조우를 시도한다. 이는 단순한 혼합이나 장르적 결합이 아니라, 각 악기의 원초적 소리를 해체하고 다시 구성함으로써 미학적 모호성과 현대적 감각을 동시에 획득하려는 시도이다. 앨범은 이러한 탐색을 바탕으로 전통과 전산이 겹쳐지는 지점에서 매우 절제된, 그러나 분명한 감각의 울림을 만들어낸다.
첫 번째 트랙 〈Tugdug〉은 북소리를 우리말로 표현한 의성어 “투그둑”에서 비롯되었으며, 사물놀이의 소리북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반복적이되 단순한 리듬이 아닌, 소리의 질감과 여백을 탐색하는 곡이다. 두 번째 곡 〈Kenji〉는 꽹과리의 날카로운 금속성을 강조한 작품으로, 불규칙하고 파편화된 전자음과의 충돌을 통해 긴장과 불안정한 리듬감을 드러낸다. 세 번째 트랙 〈Jizing〉은 징 특유의 둔중하고 긴 여운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반복 속에서도 확장되는 시간성과 공간감을 형성한다. 마지막 곡 〈Click〉은 앞선 세 곡을 작업한 이후 다시금 스스로에게 영감을 받아 제작된 트랙으로, 장구와 북의 사운드를 바탕으로 보다 과감하고 전산적인 음향 처리를 시도했다. 이 곡은 전체 앨범의 미학을 압축하는 듯한 결말로 기능하며, 전통성과 동시대성이 교차하는 진폭을 더욱 넓힌다.
《Recurrence》는 단지 음반이라기보다는, 몸과 소리의 시간에 대한 김재덕의 예술적 질문이자 응답이다. 무용가이자 음악인으로서 그는 반복 속에서 드러나는 여백과 전이, 충돌과 감응의 과정을 통해 지금 이 시대의 감각과 호흡을 사운드로 환기한다. 전통 악기의 물리적 타격이 디지털의 비물질성과 만날 때, 그 경계의 흔들림 속에서 우리는 새롭게 ‘지금’의 리듬을 듣게 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