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라 피츠제랄드에서 로베르타 감바리니에 이른 정통재즈의 계승과 티어니 써튼 밴드와 같은 작/편곡능력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보컬재즈의 진수를 보여주다. 재즈 스탠다드 곡과 자작곡으로 구성된 재즈 보컬리스트 Roja (로하)의 첫 번째 데뷔앨범 [My Shining Hour]에서는 대중을 사로잡는 그녀의 강한 호소력과 부드러운 음색에 더불어, 한국에서 보기 드문 스윙 필과 즉흥연주, 그리고 마치 악기가 연주하는듯한 그녀의 소리의 변화가 돋보인다. 로하는 이번 앨범 프로듀싱 뿐만이 아니라 작곡, 작사, 편곡에 참여했으며, 여러 가지 편곡적 시도를 통해 전통재즈에서 모던재즈 스타일에 이르는 코드 보이싱과, 악기편성, 그리고 재즈보컬의 핵심인 스켓 솔로와 소리와 음절의 다양성을 악기와 같은 소리로 표현하여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 동안 한국 재즈보컬 씬에서 듣기 힘들었던 솔리파트를 편곡에 적절히 사용하여 그녀 스스로가 악기화 되어 다른 악기와 소통하는 재즈의 본연의 모습에 충실한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데뷔앨범 [My Shining Hour]는 스페인의 유명 재즈피아니스트 세르지오 파미에르와 로하의 공동 프로듀싱으로 미 북텍사스 주립대 (UNT) 교수진들의 연주도 들을 수 있다. 우디 허먼 빅밴드 출신 트럼펫 교수 롸드니 부스의 옛 회상을 자아내는 감수성 트럼펫솔로와, 기타교수 노엘 존스톤과의 기타 듀오, 네이티브 푸에토리코 출신의 퍼커션 교수 호세 아퐁테의 정통 아프로큐반 리듬을 한 앨범에서 들을 수 있다. 로하의 재즈보컬리스트로서의 열정은2000년 동덕여자대학교 실용음악과 보컬로 입학하면서부터 더욱더 깊어졌다. 그 시절 대학입시에서 그 누구도 재즈피스를 부르지 않았지만 그녀는 재즈곡인 "It Don't Mean A Thing"이라는 곡을 선곡하여 대학입학 이후에도 재즈에 대한 열정을 꾸준히 키워갔다. 2002년 맨발의 디바 이은미의 제자로서, 그리고 그녀의 밴드의 일원으로서 6년이란 세월동안 밴드 생활을 통해 재즈에 필요한 밴드와의 소통과, 크고 작은 무대경험을 쌓은 뒤, 2008년 재즈보컬리스트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북 텍사스 주립대로 유학의 길에 올랐다.
미국 내에서도 재즈로 1위로 꼽는 정통 비밥재즈를 고집하는 북 텍사스 주립대 에서의 유학생활은 노랫말로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 가수이기 때문에 더욱더 쉽지만은 않은 길이었다. 로하는 유학 생활 중에도 달라스와 덴튼 지역의 재즈클럽에서 현지 친구들과의 연주를 통해 음악으로 소통하며, 북 텍사스 주립대의 재즈보이스 전공레슨 수업을 담당할 만큼 보컬리스트뿐 만 아니라 교육자의 모습으로도 성장하였다. 2013년 7월 5년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함께 돌아온 그녀의 처녀작 [My Shining Hour]에서 그녀의 오랜 시간 동안의 재즈에 대한 진지한 이해와 열정, 그리고 음악을 향한 그녀 내면의 고찰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01. "Bluesette" - 앨범의 첫 곡으로 세르지오 파미에르의 편곡과 더불어 롸드니 부스의 트럼펫솔로, 그리고 로하와의 솔리 섹션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편안한 사운드로 앨범의 시작을 알린다.
02. "Time Remembered" - 재즈피아니스트 빌 에반스의 주옥 같은 명곡으로 재즈 연주자들 사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온 곡이다. 재즈보컬리스트의 버전으로서는 쉽게 들을 수 없었던 곡으로 음역이 넓고 컬러 톤으로 이루어진 어려운 멜로디이지만 로하의 감수성 있는 보이스와 저음과 고음을 넘나드는 깊이 있는 부드러움은, 테너 색소폰과 트럼본의 백그라운드와의 조화로 그 깊이를 더한다.
03. "O Pato" - 우리나라에서는 광고음악과 드라마 삽입곡 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널리 사랑 받아 온 곡이다. 이 곡에서는 로하의 포르투갈어와 영어의 두 가지 버전을 들을 수 있으며, 퍼커션 연주자 호세 아퐁테가 여러 다른 전통 타악기를 레이어 방식으로 녹음하여, 정통 아프로큐반 보사노바의 리듬을 느낄 수 있다.
04. "I Thought About You" - 지미 밴 호센의 명곡으로 빌리 홀리데이 와 엘라 피츠제랄드 이외의 여러 수많은 재즈 뮤지션들에게 연주되어온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곡이다. 이 곡은 로하 와 베이시스트 허일영의 듀오 곡으로 베이스의 섬세함과 더불어 로하의 스윙리듬과 자유로운 멜로디의 변형이 돋보이는 곡이다. 트레이드 솔로파트 에서는 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인 연주자간의 소통을 느낄 수 있다.
05. "A Shade Of Blue (Tribute to Joe Henderson)" - 색소폰 플레이어 조 핸더슨 에 바치는 곡이며 그의 A Shade of Jade 를 모티브로 하여 가사를 쓰고 리듬과 멜로디를 재해석하여 재즈의 컨트라팩트와 같은 효과를 내었다. 모던한 코드 보이싱과 혼 악기의 사용은 빅밴드의 사운드를 연상시키고, 각 솔로이스트들과 리듬섹션과의 상호작용이 그대로 녹음되어 라이브를 듣고 있는 듯한 생생함이 전해진다. 솔리파트에서는 로하의 목소리와 색소폰, 피아노의 소리가 혼연일체 되어 곡의 긴장감을 한층 더하였다.
06. "Sun Shower" - 타이틀 곡인 "Sun Shower"는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는 재즈화성진행에 편안한 멜로디와 감성 짙은 보이스로 애틋함을 더한 로하 만의 재즈 발라드이며, 영어가사로 된 재즈가 아직 어려운 한국 대중에게 이해하기 쉬운 영어가사와 아름답고 애절한 스토리를 통해 보다 익숙한 사운드를 만들고, 재즈피아니스트 최지선씨의 대선율의 아름다운 스트링 편곡이 어우러져 더욱더 깊이 있는 곡으로 완성시켰다.
07. "Smile" - 마이클 잭슨이 불러서 국내에도 유명해진 찰리 체플린의 "Smile"은 이번 앨범의 프로듀서이자 재즈피아니스트인 세르지오 파미에르와의 피아노 듀오 곡으로 루바토의 헤드와 피아노 솔로로 향하는 스트라이드 리듬으로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통해 피아니스트와 보컬리스트만으로도 풍부한 사운드를 만들어내었다. 두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공간의 아름다움과 서로의 호흡을 느낄 수 있는 라이브 레코딩 만의 묘미가 잘 드러난 또 하나의 아름다운 곡이다.
08. "The Mad Hatter Rhapsody" -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칙 코리아 의 곡으로 대중들이 쉽게 접하지 못했던 그의 숨겨진 또 다른 명곡이다. 연주곡이었던 원곡을 그대로 가사 없이 로하 만의 색깔로 재해석 하여 완연한 또 다른 악기로써의 그녀의 목소리를 표현하였다. 멜로디뿐만이 아니라 솔리와 스켓 솔로에서 보컬리스트를 넘어선 전혀 다른 악기로의 다양한 표현력이 돋보인다.
09. "Spring Breeze" - 프레디 그린 스타일의 스윙 리듬과 하몬 뮤트를 사용한 트럼펫 솔로와의 조화로 기존의 스탠다드 곡 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법한 전통재즈의 계승을 놓지 않은 로하의 미디움 스윙곡이다. 옛 스윙곡에서 흔히 들어볼 수 있었던 피아노와 보컬의 벌스 파트로 시작하여 스윙리듬으로의 전환을 통해 그녀만의 완연한 스윙곡을 만들어냈다. 특히, 이 곡에서는 그녀의 진한 스윙필과 스켓 솔로 에서 그녀의 비밥에 대한 이해와 리듬감이 더욱더 돋보인다.
10. "One Sweet Day" - 로하의 아름다운 미디움 보사노바 곡이다. 처음 들어도 이해하기 쉬운 영어 가사와 간결한 멜로디로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밝고 경쾌한 곡이며, 퍼커션과 스트링 편곡을 더해 리듬감과 편안함을 더하였다.
11. "Follow Me" - 그루브한 리듬의 라틴펑크 곡이며, 제목과 가사에는 로하의 5년간의 유학생활 동안의 꿈 과 희망, 그리고 열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혼 섹션과 드럼, 여러 가지 퍼커션과 베이스, 일렉 기타의 조화는 그녀의 곡에 대한 의도와 이해에 힘을 보태어 그루브 있는 리듬에 생동감까지 더해준다.
12. "You Must Believe In Spring" - 빌 에반스와 토니 베넷의 듀오 버전으로 유명해져 재즈 뮤지션들 사이에서 사랑 받고 있는 재즈발라드 곡이다. 북 텍사스 주립대의 기타교수 노엘 존스톤 과의 기타 듀오 곡으로 로하의 깊고 아련한 목소리와 기타의 영롱한 울림이 잘 어우러져 올 가을 재즈 팬들의 가슴을 녹일 준비가 되어있다.
첫 앨범 [My Shining Hour]에서는 스탠다드 재즈 곡과 그녀의 자작곡을 바탕으로 대중적인 정통재즈 스타일에서부터 보컬재즈 앨범에서는 흔히 접하기 어려웠던 여러 가지 다양한 재즈의 스타일의 시도를 접할 수 있는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 라고 할 수 있다. 첫 앨범인 만큼 앞으로의 그녀의 행보에 더욱더 주목할 만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