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를 듣게 서산에 지는 해 /흘러가는 강물 위로 붉게 타는 날이면 앞만 보고 달려온 작은 몸 하나 학처럼 접어 /고요히 그 강물 위를 떠가게 굽이치는 흐름 따라 바람 소리 따라 /짙은 어둠 내리고 별이 반짝이면 보이고 들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되겠지 알게 되겠지 깊은 강물의 얘기를 듣게 되겠지 맑은 솔 바람 따라 달의 물결 따라 /그대 이야기 끝내고 여기서 떠나 버리면 남아 있을 넋조차 거기 대답 없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 알게 되겠지 청명한 바람의 얘기를 듣게 되겠지
저 많은 경전 손가락같아서 손가락따라 하늘의 달보네 달지니 손가락도 잊어 아무일없으니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잠잔다 넓은 벌판 산과 강물이 바로나의집이라 다른 어느곳에 고향집찾는가 산을쳐다보다 그만 길을 잃고 미쳐버린 나그네 온종일가도 고향집에 못가리 해탈이여 또는 해탈이 아님이여 열반이 어찌 고향이리 취모장검 빛이 번뜩이나니 입벌리면 그대로 목이잘린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말없이 살라하네 푸르른 저 산들은 티 없이 살라 하네 드높은 저 하늘은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친구가 떠난 이계절에 몸이 아파서 찬바람 단속 문을 걸고 혼자누웠네 산아래 마을 꿈을꾸네 사람들 모여있네 산위에 무엇있나 궁금한 사람 거기 모여사네 이곳봉우리에는 흰구름 잠시 머물뿐 계곡을 헤매다 길을 잃은 산짐승만 찾아올뿐 산아래 사는 꿈을꾸네 꼭대기에 오르려며 나같이 꿈을꾸는 사람들과 산위를 바라보네 처음부터 꼭대기에 살아왔는데 우리는 산위에서 자꾸만 산아래의 꿈을꾸네
낳아서 가는 그길이 여기 있음에 두려워 나는 가노라 말도 못다이루고 갔는가. 어느 가을날 이른 바람에 떨어지는 잎새처럼 한가지에 나고도 가는 곳을 모르누나 마티찰에서 만날 날을 내 도 닦으며 기다리려네 어느 가을날 이른 바람에 떨어지는 잎새처럼 한가지에 나고도 가는곳을 모르누나 마티찰에서 만날 날을 내 도 닦으며 기다리려네 오고가는 그 길은 향하는 방향만 다른 둘이 아닌 하나의 길 늘 거기 있는 길 낳아서 가는 그 길이 여기 있음에 두려워 나는 가노라 말도 못 다 이루고 갔는가. 마티찰에서 만날 날을 내 도 닦으며 기다리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