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버스킹 문화가 활성화되며 어쿠스틱 밴드의 활약 또한 두드러졌다. 홍대 클럽신과 번화한 거리 곳곳에서 이들의 공연을 볼 수 있는데, 포크 음악의 외길을 걸어온 뮤지션부터 록밴드의 포맷에서 어쿠스틱으로 전향한 팀까지 그 유형도 다양하다.
위카(v), 친친(d), 쑤노(g) 3인조의 동교동 감귤은 펑크 청년들이 앰프를 끄고 통기타를 잡은 경우 - 즉 후자에 속한다. 때문에 다소 거칠고 투박하면서도 솔직한 가사와 유쾌한 퍼포먼스가 여타 어쿠스틱 밴드와의 변별성을 주며, 100% 홈레코딩으로 만들어진 데뷔 EP에서도 그런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동교동 감귤다운 연주와 송라이팅이라면 두 번째 트랙인 <화무십일홍>을 꼽아야겠다. 능청스러운 멜로디카 소리와 시니컬한 노랫말, 젬베의 그루브가 포인트. 첫 트랙 <친해지길 바래>는 그간 라이브에서 보여준 사운드에 약간의 일렉트로닉을 더해 빈 공간을 채우려는 의도가 돋보인다. 깜짝(?) 펑크 트랙인 <넌 부탁 있을 때만 전화하잖아>는 앨범 전체의 밸런스를 해치는 감도 없지 않지만, 매운 양념을 더한 듯 에너지를 주는 묘미가 있다.
타이틀로 내세운 <수다쟁이>에선 위카의 오랜 음악적 동료인 장채빈이 피아노를 도왔다. 파퓰러한 접근에도 소질이 있음을 증명하는 달콤한 트랙. 마지막 <고양이 발톱>은 리버브 한 방울 들어가지 않은 과감한 믹싱으로 마치 "우리의 거리공연은 이렇습니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동교동 감귤의 장점이라면 참신하면서도 친화력 있는 작곡능력과 (아마도 펑크 마인드에서 비롯했을) 근거 없는 자신감 내지 배짱이다. 그로 인해 홈레코딩의 한계를 드러내는 아쉬운 믹싱에 리터칭 없는 '쌩얼' 사운드 그대로를 들려주는 이번 EP에 대한 평가는 듣는이에게 달렸다. 그러나 끝이 아닌 시작이기에, 이들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도록 만들기에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2012. 1. 9.
- 민 일 (문화평론가/소설가) ....

